[공동기획] 제주미래토크 (1)제주지역 인구변화와 지방소멸 위기

[공동기획] 제주미래토크 (1)제주지역 인구변화와 지방소멸 위기
"중앙 중심 저출생 대책 한계… 제주도 손 놔선 안돼"
제주, 읍면지역으로 갈수록 커지는 '소멸위험'
자영업·맞벌이 비중 높은 제주 맞는 대책 필요
인구문제 키 쥔 청년… “일자리 늘려 유출 막자”
  • 입력 : 2024. 08.22(목) 05:00  수정 : 2024. 08. 22(목) 11:13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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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제주와미래연구원 스튜디오에서 '제주지역 인구변화와 지방소멸 위기'를 주제로 제주미래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권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조선희 제주와미래연구원 이사, 박건도 청년활동가.

[한라일보] 제주에서도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저출생 대책은 한계를 보이고 제주 청년들의 이탈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청년 정책'으로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라일보와 제주와미래연구원, KCTV제주방송, 제주의소리,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 기획으로 지난 6일 개최한 '제주지역 인구변화와 지방소멸 위기' 제주미래토크에서다. 조선희 제주와미래연구원 이사의 진행으로 강권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박건도 청년활동가 참여했다.



▶조선희(이하 조)=제주지역의 '지방소멸위험지수'(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지수,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 분류)는 어떤가.

▶강권오(이하 강)=지역별로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인다. 알다시피 제주 인구의 60% 가량이 제주시 동 지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그 중에 연동이나 노형동, 아라동, 이도동 같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수치가 굉장히 높다. 1.0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구도심 지역이라든지 읍면지역으로 나가면 수치가 굉장히 낮다.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할 정도다.

▶박건도(이하 박)=이번 주제를 준비하면서 계속 들었던 질문이 '인구가 마냥 늘어야만 좋은 것인가'라는 것이다. 제주시민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기 위한 어떤 최적 인구 수가 있을 것 같다. 집값도 내려가고 과밀화되지 않도록 말이다.

▶강=1970년대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책이 있다. '지구는 이미 수용 가능한 적정 인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많을수록 좋은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런데 지역의 인구가 역대 그 어느 나라에서 겪지 못한 만큼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줄고 있어 문제다.

▶박=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강=너무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다. 과거에 비해 개인의 가치가 굉장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국가나 사회, 집단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출산이 이제는 개인의 이득이 아닌 거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아이 한 명이 노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이 한 명에 오히려 지출이 커져 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산이 더 이상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게 돼 버렸다. 그렇다면 이것은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게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국가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박=우리나라 출생률 증가 정책이나 인구소멸 대응이 경제적인 지원에 국한돼 있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 의향이 있는 청년에겐 그런 지원이 상당히 의미가 있겠지만 사회문화, 인식의 변화로 결혼이나 출산 의향이 없는 청년에게도 과연 그럴까.

▶조=정부가 중앙을 중심으로 출산 정책을 수립·시행하면서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

▶강=중앙에서 저출생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우리나라 자체의 출산 가능 인구를 늘린다는 뜻이다. 지자체에 출산 지원 예산을 몇 천억씩 쏟아부어서 지금 3000명 남짓 되는 출생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15년, 20년 뒤에 과연 그 아이가 제주에서 일하면서 생산가능인구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투자 대비 산출이 굉장히 낮은 정책이다. 예산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그렇다. 대다수 지자체는 지금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정책보다 다른 지역에서 빼앗아 오면 지금 우리 지역은 유지할 수 있다.

▶박=그래서 제주에서도 워케이션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돼야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상 도시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제로섬 게임이 되는 거 아닌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강=다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버텨내는 중인 것 같다. 제주도도 제2차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계획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저출생은 분명히 중앙에서 대응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지역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중앙에선 전국을 단위로 하기에 굉장히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내용만을 정책으로 수립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제주 특성에 맞는 모자란 부분을 지원해야 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제주에는 5인 미만 영세 자영업 비중이 높다. 맞벌이 비중도 압도적으로 높은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맞벌이에 따른 육아 부담이 생기게 된다. 이런 부분은 지역 특성이기 때문에 제주도가 해결해줘야 한다.

▶조=(저출생 문제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제주 청년으로서 제주도의 정책이 잘 되고 있다고 보나.

▶박=청년들이 아이를 낳게 하거나 청년인구를 유입하려면 청년정책을 잘 펼쳐나가는 것은 도움이 될 거다. 제주에서의 청년정책은 10년 전부터 지역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같이 만들어 오면서 다른 지역보다 선도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도 청년들을 정책 입안이나 집행 과정에 참여시킨다거나 실질적인 청년 목소리를 반영하거나 하는 부분은 부족하다.

▶강=100% 동의한다. 실제로 청년들의 필요가 굉장히 다양할 거다. 우리는 청년이라는 한 카테고리로 묶지만 20세부터 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20대 초반에는 대학 진학을 위해, 20대 중반이 넘으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제주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청년 인구 유출의 이유도 다르다.

제주도는 일자리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일자리가 다양화되고 어느 정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 현재 도정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장기업 유치나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은 도내에 양질의 일자리를 유입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유입될 것이다.

▶조=마지막으로 한 말씀.

▶강=인구 문제를 얘기하면 대부분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출생 문제도 그렇다. 그런데 10년, 15년 뒤에는 내 문제가 된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그때부터 진짜 사회적인 문제다. 그런데 그때 대응하면 다시 15년, 20년이 걸린다. 모두가 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한라일보·제주와미래연구원·KCTV·제주의소리·TBN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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