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시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출근길에 자동차를 타려다 깜짝 놀랐다. 퇴근 후 주차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한 차량이 간밤 사이에 찌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다행히 담당 경찰의 발 빠른 대처로 당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자차 수리 등의 문제로 A씨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주·정차된 타인의 차량을 훼손한 뒤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나는 뺑소니 일명 '물피 도주'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이 2017년부터 시행됐지만, 낮은 처벌 수위 등 허점이 많아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타인의 차량을 손괴하고도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벌점 25점에 처해진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대한 물피도주의 경우 승합차 13만원, 승용차 12만원, 이륜차 8만원의 범칙금과 함께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이처럼 낮은 처벌수위와 함께 CCTV가 없거나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가해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면서 상당수가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CCTV를 확보해 가해 차량을 특정한 것부터가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하더라"라면서 "내 차량을 들이받기 전 가해 차량이 비틀거리면서 근처 화단을 추돌한 것을 보아 당시 음주상태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지만, 도주했기 때문에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만약 해당 경우라고 하더라도 음주운전 처벌보다 물피도주 처벌이 훨씬 수위가 낮으니 다들 일단 도망부터 가지 않겠냐"며 "CCTV 분석, 목격자 등을 찾는 과정에서 경찰력도 심하게 낭비되고 있다. 이것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재산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피 도주의 경우 목격자가 없는 시간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 경위 파악이 힘들다"며 "특히 주변 CCTV가 없거나 블랙박스가 미작동했을 경우 사건의 재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가해자가 사건 발생 후 도주해 증거를 인멸할 시 용의자 특정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가해 운전자를 특정하고 검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있던 증거도 소실될 수 있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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