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32)척추관 협착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32)척추관 협착증
허리에 생기는 병이지만 허리 통증 없을 수도
  • 입력 : 2024. 10.11(금) 02: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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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 협착증이 심한 사람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걷게 되고 걷다가 자꾸 앉게 된다. 신경 압박이 심해지면 다리의 근육이 위축돼 가늘어지고 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층 발병률 높아 비수술적 치료 먼저 시행
치료 어렵진 않아도 평소 생활습관 개선 필수




[한라일보] 척추를 옆으로 보면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있고 그 앞으로 척추의 기둥 그리고 뒤로는 뚜껑에 해당하는 추궁판이 기와처럼 겹쳐져 신경을 보호하고 있다. 이 척추관이 여러가지 원인으로 좁아져 허리, 엉치, 다리에 통증과 저림이 생기는 것이 척추관 협착증이다. 이번 주 제주인의 건강다이어리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안동기 교수의 도움을 받아 척추관 협착증에 대해서 알아본다.



▶왜 생기는가=대부분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게 된다. 일을 많이 하면 손에 굳은 살이 배기는 것처럼 허리도 많이 사용하게 되면 뼈와 인대에 유사한 일이 일어난다. 척추관을 둘러싸고 있는 뼈와 인대가 두꺼워지면 그 사이의 척추관은 좁아져서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게 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일과 생활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 보통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 특히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또한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 더 많이 생긴다.



▶어떤 증상이 있는가=허리에 생기는 병이지만 허리 통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척추뼈와 추간판에 노화가 생기고 덜컹거림이 있는 시기에는 허리 통증이 있으나 점차 뼈와 인대가 두꺼워져서 안정 단계로 가게 되면 오히려 허리의 통증은 감소하게 된다. 대신 두꺼워진 조직에 의해 척추관 안쪽의 신경에 압박이 발생해 허리보다는 신경이 가는 방향, 즉 엉치와 다리에 통증과 저림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 몸에서 척추관은 뒤쪽에 있으므로 허리를 바른 자세로 펴게 되면 척추관이 더욱 좁아지고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앉은 자세에서 오히려 척추관이 넓어져서 통증이 감소한다. 그래서 척추관 협착증이 심한 분들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걷게 되고 걷다가 자꾸 앉게 된다. 신경의 압박이 더 심해지면 다리의 근육이 위축돼 가늘어지고 마비가 발생해 움직임이 굼떠지기도 한다. 이 단계보다 더 심해지게 되면 방광의 수축을 담당하는 신경이 마비돼 소변 조절이 잘 되지 않게 된다.



▶진단 방법은=위에 언급한 증상이 있으면 임상적으로 병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고 영상검사를 통해 확진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일반 방사선(X-ray)검사를 하면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러면 신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해 확진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CT검사를 함께 해야 정확한 치료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래 MRI 영상 중 좌측이 정상적인 척추관이고 우측이 협착이 생긴 상태이다.



▶어떤 병들과 구별되나=대표적인 증상이 허리 통증과 하지로 방사되는 통증이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병들은 모두 구분의 대상이다. 허리 통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보니 척추 신경의 압박과 무관하게 다리에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척추관 협착증으로 잘못 생각하기 쉽다.

대표적인 경우가 당뇨병에 의한 말초신경염이다. 이 경우는 낮에 보행할 때보다 밤에 누워 있을 때 더 심해지므로 이 점으로 구별이 가능하다. 척추 신경관만 협착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혈관에도 협착이 생길 수 있다. 다리로 가는 혈관에 협착이 생기면 근육이 운동할 때 피가 모자라서 근육 통증을, 특히 종아리에 터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마찬가지로 걸을 때, 즉 근육이 힘을 쓸 때 통증이 심해지지만 척추관 협착증과 달리, 앉지 않고 그냥 서있는 것만으로도 근육이 힘을 쓰지 않게 돼 통증이 감소하는 차이가 있다.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은 척추관 협착증과는 다른 병이다. 변성이 생겨서 약해진 디스크가 급성으로 파열되면서 생기는 병이다. 디스크의 내용물이 흘러나와서 신경을 자극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극심하게 허리와 엉치 그리고 다리에 통증이 생긴다. 척추관 협착증에 비해 통증이 훨씬 갑작스럽고 심각하며 때로는 마비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응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6주 가량의 시간이 지나면서 흘러나온 디스크의 내용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점차 증상이 없어지고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방법은=심각한 신경 마비가 드물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처럼 급성 통증이 아니기 때문에 서둘러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주변의 뼈나 인대에 의해 눌리면서 신경으로 가는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 엉치나 다리 쪽으로 통증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완전한 치료는 신경을 누르고 있는 원인을 제거해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혀 주는 것이지만 이는 수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척추관 협착증 자체가 고령에서 생기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환자의 증상 정도에 따라서 비수술적인 치료를 먼저 시행해 본 후 효과가 없을 때 수술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영상 검사상 협착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데 증상만 일시적으로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신경이 눌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염증에 의해서 통증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는 이런 염증을 가라 앉히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쉬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지만, 2일 이상 누워있는 것은 환자의 정신과 육체적인 측면 모두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가능한 피해야 한다. 또한 허리를 심하게 뒤로 젖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약물로는 소염제, 진통제 등이 사용된다. 이런 약물 치료는 앞서 언급한 침상 안정과 병행해서 시행하면 급성 통증이 있을 때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혈액 순환을 개선해서 통증을 치료하는 약물도 있다. 운동요법은 복부와 등의 근육을 강화시켜 허리뼈를 잘 지탱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자전거 타기나 경사진 곳을 걷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약물이나 주사 없이 운동요법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런 기본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을 때는 신경 주변에 직접 강력한 소염제인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신경 차단술 치료를 한다.

수술적 치료는 좁아진 신경의 통로를 넓혀 줘 눌려 있는 신경이 다시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것으로, 압박을 풀어 준다 해서 '감압술' 이라고 한다. 신경 손상을 예방하고 주변의 근육 손상을 적게 하기 위해서 현미경을 사용하거나 내시경을 사용해 수술을 하게 된다. 내시경 수술은 통증이 적고 감염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으나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신경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지만 퇴행성 변화가 너무 심해서 뼈와 인대뿐만 아니라 척추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함께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척추의 마디 연결이 불안정해지거나 변형이 발생해 허리의 통증이 계속되고 협착이 재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럴 경우에는 불안정하거나 변형이 있는 마디를 안정시켜주는 수술을 함께 시행하게 되는데 척추 마디를 나사 못으로 고정하고 뼈를 이식해서 안정화시키는 것으로 '유합술 또는 고정술' 이라고 한다.



▶재발 가능성은=허리 수술은 한번 하면 자꾸 다시 하게 된다는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 잘 생기는 요추에는 다섯 마디가 있기 때문에 병원에 오셨을 때 이미 여러 마디에 협착이 있거나 현재 심하지는 않아도 점차 심해지는 단계의 마디가 같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증상의 원인이 되는 심한 마디를 수술한 후에 시간이 가면서 다른 마디들이 또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돼 버리는 경우가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으로 생기는 병이므로 퇴행이 가속되는 생활습관과 노동환경을 가진 분들에게서 더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똑같은 생활 조건을 개선하지 못하면 다른 마디의 협착이 더 심해지거나 이미 수술한 분절에 다시 협착이 발생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수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척추의 퇴행성 변화의 진행을 방지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 반드시 같이 돼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50대 이상에서 가장 흔한 허리 질환이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응급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의 시기가 너무 늦어지게 되면 다리 근육이 소실되고 운동능력이 감소해 심폐 기능마저 감소하게 된다. 이때가 되면 수술을 해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은 없앨 수 있지만 감소된 신체 기능은 회복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적절한 치료의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안동기 제주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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