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AI 교과서 도입인가

[허수호의 하루를 시작하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AI 교과서 도입인가
  • 입력 : 2024. 10.23(수) 02: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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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교육부는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내년 3월 초등학교 3·4학년과 중1, 고1부터 교과를 도입해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스티브 잡스가 영입한 애플의 전 교육 담당 부사장 존 카우치는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를 위해 교육의 회로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더 잘 부응하고 모두를 위한 개인맞춤형 학습 경험과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과정의 디지털화는 현재의 아날로그적 교육이 압도적인 IT 발전 속도와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교육부 역시 AI 교과서가 모든 학생들을 인재로 키우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자기주도적 학습환경을 구축하며 학습격차를 완화하고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발표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정책도 주입식 학습과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능 기출을 EBS 강의에서 한다고 사교육이 사라졌는가? 입시문화와 서열화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 없이 방법적 시도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 선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한편, AI 디지털 교과서는 올해 11월 말쯤이 돼야 제품 선정과 발표가 이뤄진다. 내년에는 종이 교과서도 전면 개정돼 학교 현장에서 검정 교과서 선정 작업을 마쳤다. 그런데 AI 교과서는 아직 시제품도 발표되지 않은 채 3월 전면 도입이 추진되는 실정이다. 현장 교사들조차 디지털 교과서를 본 적도, 사용법 연수조차 받은 적도 없으니 학교에서 AI 교과서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교육부는 올해 인프라 구축 등을 이유로 1조2000억원의 예산을 국회에 요청했으며 도입 후에는 온라인 구독료를 지불을 이유로 향후 6년간 6조9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추산하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고 관련 기업은 내년 3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존 카우치는 그의 저서에서 미국의 대규모 교육구가 교과과정을 완전히 디지털화한 개혁 사례를 들고 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참담했다. 교육구는 하루빨리 디지털 교과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적절한 계획, 준비, 교사 훈련을 포기했으며 주요 교직원이 계획과정에서 배제돼 결국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는 운명을 맞이했다고 한다.

수업에서 AI기술의 영향을 충분히 테스트해 관찰·평가하고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중하고 점진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정부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검증도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은 정책을 촉박하게 시작하려 한다. 이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서두름인가? <허수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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