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바다 생명을 위한 특단이 절실하다

[김완병의 목요담론] 바다 생명을 위한 특단이 절실하다
  • 입력 : 2024. 10.24(목) 01: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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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바다에서 뭍으로 온 거미와 곤충의 진화는 지금도 치열하다. 서로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매일 주변을 살펴야 한다. 둘 다 땅 위에서 생활하다 곤충이 키 큰 나무의 꽃꿀을 찾아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기 위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곤충은 지상의 천적을 피하고, 더 푸짐한 밥상을 마련한 것이다. 거미는 먹잇감이 줄어들게 되자, 거미줄을 더 넓게 치게 됐다. 애초에 거미는 나무 틈새에 낳은 알을 보호하려고 거미줄을 쳤는데, 비행하는 곤충 덕분에 거미줄을 고안해 낸 것이다. 다행히 거미는 굶지 않게 됐고, 어떤 종은 거미줄을 이용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거미줄은 먹잇감을 수확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발명품이기도 하며, 새들에게는 양질의 건축 소재이다. 곶자왈에서 번식하는 긴꼬리딱새는 황칠나무와 같이 가느다랗게 양 갈래로 나 있는 가지 중앙에 둥지를 튼다. 이때 둥지 재료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접착제로 이용하는 것이 거미줄이다. 긴꼬리딱새를 비롯해 오목눈이와 개개비사촌도 거미줄을 교묘하게 엮어서 둥지를 완성한다. 둥지를 나뭇가지에 거미줄로 칭칭 감아서 고정해야,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도 둥지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사용됐던 거미줄은 자연스럽게 분해되니, 사냥이나 천연 건축 소재로 손색이 없다.

이러한 거미줄의 쓰임새를 보고, 인류는 동물을 잡기 위해 식물로 짠 그물을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동물이 사는 구멍 입구에 위장하기도 하고, 동물들이 지나는 길목에 덫으로 설치했다. 그물 덫을 이용할수록 효과는 높았다. 점차 그물의 크기와 간격이 다양해지고, 먼 곳까지 사냥을 나서게 된다. 때로는 설치된 그물에 원하지 않았던 동물이 잡혀 그물을 망치는 경우도 생겼다. 그물이 귀했던 시절에는 그물을 잘 회수하고, 손상된 그물을 수선하는 데도 익숙했다. 값싼 그물이 나오면서부터가 문제였다. 사냥뿐만 아니라 그 쓰임새가 날로 커졌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찢어지더라도 그대로 방치하기 일쑤고, 재생 불가능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바다에 투입되는 그물의 길이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기도 하며, 일망타진할 목적으로 불법으로 바다에 던져지는 그물도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특히 버려진 그물은 바닷속에 가라앉으면서 바다생물의 무덤이 되고 있다. 제주 바다에서도 어류뿐만 아니라 바다거북, 남방큰돌고래 심지어 가마우지와 괭이갈매기도 그물망에서 죽어가고 있다. 최근 폐그물에 걸린 붉은바다거북이 서귀포해양경찰서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했다. 바다거북은 어두운 시절에는 선물로 잡혀 죽었고, 첨단 세상에선 그물로 희생되면서 장수하기는커녕 잠수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제라도 거미줄이나 천연 소재 그물처럼 친환경적 바다 사냥을 선도해야 한다. 생분해 그물을 사용하는 수산업자들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나일론 그물을 선호한다. 생분해 그물망을 보급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책과 인센티브가 시급하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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