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에서 날아오르는 항공기.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한라일보] 추석 연휴 직전 제주국제공항 상공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출현해 항공기 이·착륙이 한시간 가까이 마비될 당시 공항 근처에서 '풍등'을 날린 용의자가 특정됐다. 그러나 공항을 멈춰세운 미확인 비행물체는 여전히 미궁으로 정체를 파악할 뾰족한 방법도 없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풍등 용의자 특정했지만=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서부경찰서는 60대 남성 A씨를 상대로 공항시설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9월 13일 오후 9시쯤 제주공항에서 북쪽 방향으로 약 1㎞ 떨어진 제주시 용담동 어영공원 인근 주차장에서 허가 없이 풍등을 날렸다.
이 무렵 제주공항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9시5분부터 수분 사이 제주공항 화물청사 인근과 남북활주로 북쪽 상공에서 불빛을 반짝이는 미확인 비행물체가 잇따라 출현했다. 항공당국은 미확인 비행물체가 잇따라 나타나자 항공기 안전을 위해 오후 9시 17분부터 오후 10시 5분까지 비행기 이착륙을 48분간 전면 중단시켰다.
A씨는 소동 직후 공항 주변을 순찰하던 경비요원에 의해 곧바로 발각됐지만 고함을 치자 그대로 달아났다. A씨는 관광객으로 현재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공항 근처 CC(폐쇄회로)TV를 뒤져 사건 당일 A씨가 풍등을 날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상대로 풍등 날린 이유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풍등 용의자는 특정됐지만 당시 출현한 미확인 비행물체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경찰은 A씨가 사건 당일 풍등을 날린 것은 맞지만, 항공당국이 목격한 미확인 비행물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경찰은 미확인 비행물체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공항공사 측에 정확히 어디에서, 몇차례 해당 물체가 출현했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사 측은 당시 육안으로 목격한 것이고 공항 상공을 비추는 CCTV도 없어 경찰 요청에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이 마땅히 없다고 했다. 공항공사는 제주공항 경계로부터 3㎞ 떨어진 드론까지 탐지할 수 있는 '불법 드론 탐지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탐지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
▶드론은 벌금 5백만원 풍등은 벌금 2천만원=A씨가 풍등을 띄운 곳은 제주공항 관제권(공항 반경 9.3㎞) 지역으로, 이 곳에서 풍등이나 드론(초경량비행장치)을 날리려면 항공청 승인을 얻어야 한다. 관제권 내에선 드론과 풍등 모두 승인 대상이지만, 적용되는 법은 각각 다르다. 풍등은 공항시설법을, 드론은 항공안전법을 각각 적용 받는다.
금지 행위를 했을때 처벌되는 규정도 다르다. 공항시설법 상 항공기 항행에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면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공항시설법은 시행규칙으로 허가없이 풍등을 날리는 걸 금지하고 있다"며 "A씨는 금지 행위를 했고, 또 이는 항행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승인 드론 비행은 항공안전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단 미승인 드론 비행으로 항공기가 회항하거나 공항 운영에 지장을 주면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바람에 날려 띄우는 풍등과 달리 드론은 동력기구이고, 허가 없이 날릴 경우 항공기 안전에 더 심각한 위협을 주지만 오히려 처벌 수위는 풍등보다 낮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 풍등은 항행에 위협을 줄 우려, 즉 그 가능성만으로 형사 처벌될 처지에 놓였지만 드론의 경우 공항 운영 지장을 주는 등 반드시 결과를 초래해야 처벌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미승인 드론과 풍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서로 달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형량 결정은 법원 영역으로 반드시 관제권 내 미승인 풍등 비행 행위가 (항공안전법상 처벌 최대 수위인) 벌금 500만원 이상으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며 "다만 입법적으로 처벌 수위를 통일해야하는 문제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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