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기후변화와 우리

[오수정의 목요담론] 기후변화와 우리
  • 입력 : 2024. 12.05(목) 07: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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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루했던 더위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가을이 앉을 사이도 없이 추위가 훅 들어왔다. 수년째 엘니뇨와 라니냐의 반복적 등장은 기후위기를 실감케 한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도 영상 30도를 넘나들던 추석 전, 냉방기 온도설정과 가동시간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현재 지구의 기후변화가 인간의 산업활동, 대량 소비 등이 원인으로 발생된 문제에도 불구하고 내 몸의 불편함이 우선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오랜 시간 매번 규칙적으로 순환되던 기후가 지난 100여 년 사이 평균을 벗어나는 변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이어져 인간에게 위기가 됐다.

기후온난화를 경고한 언론기사는 이미 1912년에 있었다. 2021년은 23만9193건의 언론보도가 됐다는 중앙지의 기사도 읽힌다. 100여 년 전에는 예언적 성격으로 기사화됐다면, 지금은 기후위기에서 오는 일상적 현상으로 다가온다.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후 기록이 보인다. 캐나다나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 현상을 신라인들은 봤다. 12월에 복숭아와 자두(오얏)가 꽃을 피웠다는 기록, 가을에 동쪽 바닷물이 붉게 되고 또 더워져 물고기와 자라가 죽았다는 기록,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는다는 내용 등 다양하다. 과거에는 전쟁과 농사가 중요했던 시절이라 기상이상에 대한 기록들이 정치사적, 시대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주에도 조선 건국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이상기후에 대한 기록은 총 107건으로 집계됐다. 김상헌의 '남사록'에서 제주의 이상기후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김상헌이 1601년(선조 34)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주에 안무어사로 파견했을 때를 기록한 일종의 제주기행문이다. 김상헌은 바람에 대해 유난히 많이 기록했다. 그는 제주 도착 후부터 연일 강한 바람 때문에 객사에 머무는 날이 많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날씨로 우도 순시도 포기했다. 10월임에도 동북풍이 크게 불어 집이 들썩거리고, 파도는 성(城)을 뒤흔들어 밤새도록 편안히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이미 10월에 첫눈이 내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라니냐현상을 보는듯하다. 당시 이런 이상기온은 바로 질병과 흉년으로 이어졌다. 과학적 현상도 모른 채 천기(天機)에 의존하는 일이 다반사다.

통계청 사회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브리프에서 제주인 경우 환경보호비용부담금을 지불하는데 찬성의견이 전국평균 대비 3번째로 높지만,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 노력은 전국평균보다 낮다고 보고됐다. 이것은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실천노력이 부족했음을 말해준다.

지금은 누구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어떤 환경보호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참여와 적극적 환경행동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경영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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