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청태는 감귤나무에 초록색 이끼가 덮이는 것이다. 감귤만 아니라 사과나무에도 생긴다. 사람이 피부병이 온몸에 번지면 고생하듯이 나무도 청태가 끼면 문제가 많다.
많은 감귤 농가가 청태를 없애는데 머리가 아프다. 목초액, 석회유황합제, 유기동제를 사용하는 농가도 있다. 이런저런 약제를 사용해 보지만 시원한 효과가 없다.
청태가 생기는 원리를 알면 예방법도 보인다. 모르면 이 약제, 저 약제를 써봐야 해결도 안되고 돈만 없앤다. 요소, 인산가리 엽면시비가 청태의 원인이다. 그걸 모르면 청태는 절대로 없애지 못한다.
청태는 일종의 강이나 호수에 끼는 녹조와 같다. 녹조가 나무에 끼는 것이 청태다. 녹조가 생기는 원리와 청태가 생기는 원리도 같다. 청태를 없애는 방법과 녹조를 없애는 방법도 같다.
녹조가 생기는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배운다. 녹조는 부영양화(富營養化, Eutrophication) 때문에 생긴다. 말 그대로 물속에 영양물질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 영양물질이 질소와 인이다.
부영양화는 질소와 인이 많은 생활하수, 공장폐수, 비료 등이 강, 호수,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생긴다. 물속에 사는 조류는 이 질소와 인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하여 급속하게 성장하며 산소를 빼앗아 물고기가 숨막혀 죽는다.
녹조는 물의 온도가 높아지고 물 흐름이 느려지거나 고이면 더 많이 발생한다. 일조량이 많으면 더 심해진다. 감귤 청태도 똑같다. 요소, 인산가리 엽면시비가 많고 온도, 습도 높은 감귤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경포호, 낙동강 하구, 금강 하구, 영산호 등은 부영양화가 심하다. 녹조도 잘 나타난다. 특히, 아산호, 삽교호는 매년 녹조가 극심하다. 질소와 인의 유입이 많고 물 흐름이 느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파로호, 소양호는 녹조가 거의 없다. 소양호는 예전에는 녹조가 심했었다. 향어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사료 때문이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가두리 향어 양식장을 철거하면서 녹조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녹조와 청태는 발생하는 원인이 같고 색깔도 같다. 소양호 녹조 해결하듯이 요소, 인산가리 엽면시비를 줄이면 감귤나무 청태도 해결된다.
요소, 인산가리를 일년에 3~4회 엽면시비하면 청태 위험이 높다. 간벌하지 않고 감귤 나무가 빽빽하게 심겨 있으면 청태 위험이 더 높아진다. 향어 양식장이 많아 녹조가 끼던 소양호와 같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서도 다습한 조건에서 요소, 인산가리 엽면시비를 자주 하면 청태가 발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상북도 농업기술원도 요소, 인산가리 엽면시비는 사과나무 청태 위험이 높다고 지도한다.
사과와 같은 낙엽과수는 낙엽이 졌을 때 초산 등으로 청태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감귤은 상록과수이기 때문에 초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다. 요소, 인산가리 엽면시비를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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