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12월 한밤중 우리 국민은 흑백사진 속 계엄군과 군 헬기를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예기치 않은 경험을 해야 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죄 혐의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민들의 함성은 전국을 뒤덮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거리를 메운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회복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는 위헌적 계엄선포로 훼손된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퇴행한 민주주의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미 각계각층에서 사회개혁의 실현과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통한 민주주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39번째인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 역시 현시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행정적 절차와 도민 수용성 모두 가로막혀 폐기 수순이던 사업을 당시 윤석열 후보가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살려내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의 제주지역 대선 결과는 상대 후보보다 약 10% 낮았다.
제주지역의 공항 인프라 확충사업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항공 수요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충하는 방안, 현 공항을 폐쇄하고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 제2공항으로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하는 방안 등이었다. 이 중에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 방안으로 성산읍을 후보지로 선택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환경적으로 입지가 타당하지 않다는 사유로 제2공항 계획을 반려했다. 더욱이 국토부가 참여한 도민 공론조사 결과 여론은 제2공항 반대가 우세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는 현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민주적 절차를 거스르고 제2공항 계획을 강행했다.
현재 오영훈 지사를 비롯해 제주지역사회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도민결정권을 강조해 왔다. 도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기도 하고, 찬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민들은 도민결정권 실현의 직접적인 방안으로 주민투표 방식을 지지한다.
제2공항 반대 여론과 도민결정권 요구, 그리고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제2공항 건설계획이 순탄하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윤석열 탄핵과 함께 사회개혁과 정책 변화의 목소리는 봇물 터지듯 쏟아질 분위기이다. 이러한 시대적, 국민적 요구를 정부가 거스를 수는 없다.
더욱이 피해지역 주민과의 협의는 물론 도민 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제2공항 계획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지역 항공 수요를 객관적으로 도출해 정말로 필요한 인프라 규모를 찾아야 한다. 또한 성산읍 입지의 환경적 타당성 여부도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하게는 백년지대계인 공항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한 도민의 결정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이것이 대통령 탄핵에 이은 민주주의를 바로잡는 길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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