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 '일괄 화장·합사' 논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 '일괄 화장·합사' 논란
정부, 대전 골령골 등지 발굴 유해 화장 후 사건·지역별 합사 계획
4·3단체 "4·3희생자 포함 가능성... 고향 돌아올 길 막힌다" 반발
  • 입력 : 2025. 01.21(화) 17:35  수정 : 2025. 01. 21(화) 20:25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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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희생자가 집단 학살돼 암매장된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 광산 등지에서 발굴된 유해를 일괄 화장하고 합사하려는 정부의 계획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라일보] 정부가 세종시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 유해 약 4000여구를 화장해 지역별로 합사(合祀)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 내 4·3단체 및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대로라면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정든 고향 땅으로 모셔오는 길은 영영 가로막히게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희생자가 집단 학살돼 암매장된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 광산 등지에서 발굴된 유해를 일괄 화장하고 합사하려는 정부의 계획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족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과거사처리지원단과 대전 동구청은 예산 588억6000만원을 투입해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및 평화공원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광산, 김천형무소 등에서 발굴돼 세종특별시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돼 있는 유해들을 새로운 추모시설에 안치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약 4000여구의 유해를 일괄 화장 후 사건·지역별로 합사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야기됐다.

유해 가운데는 제주 4·3 때 전국 형무소로 끌려간 뒤 희생된 자들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23년 9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1구가 4·3희생자로 확인됐다.

이에 유족회는 "2019년 발간된 제주4·3사건 추가진상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전형무소, 대구형무소, 김천형무소에서만 수백여 명의 4·3희생자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전국적으로 4·3수형인 1800여명이 제주 고향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유해를 찾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면서 전국을 헤매온 유족들에게 이번 사업계획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와 대전 동구청이 추진하는 집단화장 합사 계획은 행정편의주의의 산물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 화장·합사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개별 화장과 봉안을 통해 4·3희생자의 신원 확인과 봉환을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유족은 "전국 각지에서 행방불명된 부모형제의 유해라도 찾아 고향으로 모셔오는 것은 유가족들에게는 마지막 소원이다"라면서 "정부에서 이런 유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행안부를 향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의 집단 화장·합사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고향땅으로 모셔오는 길을 막아서는 조치가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라면서 "정부의 역할은 국가폭력의 기억을 일방적으로 지우는 것이 아닌 역사적 현장이 기억될 수 있도록 보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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