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훈 제주지사가 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한라일보] 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제주도가 선거구 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를 구성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현행 제주특별법상 획정위가 광역의원 정수 등에 대해서만 논의할 수 있는 등 법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목표대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골자로 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이 내년부터 도입되면 도민들은 광역 뿐만 아니라 기초의원도 뽑아야 한다. 그러나 법적 한계로 인해 획정위가 지금 시점에서 기초의원 정수까지 논의하면 월권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제주도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교육의원 폐지에 행정체제개편 변수까지=획정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학계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해 제주도의원 정수와 각 지역선거구 명칭과 관할 구역을 정하는 중립적인 기구다. 이번 선거구 획정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고 복잡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있는 교육의원 제도가 내년 7월부터 사라지고, 행정체제개편에 따른 기초의원 선거도 고려해야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제주도의원과 같은 광역의원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의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시군의회 기초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 4명 이하를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 사라지는 교육의원 정수를 지역구 의원 정수로 흡수할 수 있을지, 흡수한다면 얼마나 지역구에 배분할지, 행정체제개편으로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해 기초의회가 설치된다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별 정수는 각각 어떻게 배분할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제주특별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제주특별법은 도의원 총 정수를 교육의원, 비례대표를 포함해 45명으로 규정한 뒤 각 배분 몫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지역구 광역 도의원 정수는 32명, 교육의원은 5명, 비례대표는 8명이다.
▶획정위 권한 광역의원에 국한=통상 지방선거는 6월에 치러지기 때문에 획정위는 선거 직전년도 1~2월쯤에 구성됐었다. 공직선거법과 제주특별법은 각 선거구와 의원 정수를 구분한 획정안을 지방선거일 6개월 전까지 도지사에게 제출하도록 법정 시한을 두고 있어 제출 마지노선은 올해 12월 말이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지역구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인구 변동도 심해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은데도 획정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올해도 법정 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는 획정위를 서둘러 구성해 행정체제개편이 무산됐을 때, 성사됐을 때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논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6일 오영훈 제주지사는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획정위 구성은 필요하다"면서도 "획정위의 법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구 논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지사가 말한 '획정위의 법적인 기준'은 제주특별법 제36~38조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조문상 획정위 권한은 광역의원 정수와 지역구 조정에 대한 것으로 국한돼 있다. 획정위의 공식 명칭도 도의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다.
김인영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조문상 획정위가 기초의원 정수까지 논의하게 되면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현행 제주특별법에는 도의원 정수 등만 논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기초의원 정수 등까지 획정위가 논의하는게) 가능한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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