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봄이 됐다고는 하나 꽃샘추위와 강풍으로 올해 농사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농업에서의 봄은 햇빛 비추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땅속의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농작물은 영양분 흡수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농업인이 목표로 하는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봄은 농작물 재배에 있어서는 자람이 시작되는 시기로서 모종을 심거나 비료를 주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므로 비료 구입량도 많을 때다. 농협을 통해 구입하는 비료 가격은 지난 2년간 시행한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 안정 지원사업이 올해 중단되며, 농업인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비료생산업체에서는 원자재 가격상승과 환율 급등을 이유로 15% 인상을 요구했지만, 농협은 수십 차례 협상을 통해 5.9% 인상하게 됐다고 했다. 비료산업은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으로 식량자급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최근 농업 부분이 축소되면서 수요도 감소해 생산업체의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농사를 짓고 있는 필자도 봄비료를 줘야 할 때가 돼 농협에서 21-복합비료를 구입했는데 한 포대의 가격은 지난해 보다 3000원 인상된 1만7150원이었다. 농업인의 구입가격 기준으로 전년 대비 인상률은 21%나 됐다. 정부가 발표한 인상률과는 왜 다른 것인지 상황 파악을 못 하겠다. 어떻게 보면 생산업자는 최소한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게 인상해 줬으나 소비자인 농업인은 경영비 부담 가중으로 풍요로운 삶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예산 운용계획서'에 의하면 2024년 대비 2.2% 증가했다고 하면서 보조금을 없앤 것은 농업, 농촌, 농업인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처사로 보인다. 예산편성을 못 한 것인지 국회에서 삭감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전년보다 예산이 증가됐다고 하면서 농업인들에게 부담을 늘려준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전국의 농업 관련 기관, 단체들은 정부에 보조사업비 추경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가격이 계속 오르는 비료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고 농업기술원에서 운영하는 기상관측소 동, 서, 남, 북지역 4개소에서 최근 5년 동안 겨울에서 봄으로 진입하는 시기의 평균기온을 조사해봤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남부 지역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12월 상순부터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해 12월 하순부터 2월 하순까지는 10℃를 밑돈다. 지온이 10℃ 아래일 때에는 비료 흡수가 거의 안 되기 때문에 이때 비료를 준다면 많은 부분을 낭비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가을비료는 일찍 주는 것이 좋고, 3월 상순이 되면지온이 10℃ 이상으로 따뜻해져 농작물이 뿌리 활동이 원활해지는 시기로 볼 수 있으므로 봄 비료는 늦게 주는 것이 비료값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영인 제주농업생명과학박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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