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기] 사진가 김수남 20주기 산지천갤러리 기획전

[주말, 여기] 사진가 김수남 20주기 산지천갤러리 기획전
1981년 봄날 동김녕리 열흘간의 신굿 현장
'카메라, 멩두' 7월 10일까지 약 300점 선별 2~4층 전관서
입무 의례에서 일상 장면까지 피사체를 향한 애정과 유대감
육필 원고 등 손때 남은 자료엔 작가의 고민·시대 상황 읽혀
  • 입력 : 2026. 05.07(목) 18:13  수정 : 2026. 05. 07(목) 20:0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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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20주기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산지천갤러리. 45년 전 동김녕리 신굿 현장으로 관람객들을 이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들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하나둘 바뀌었다. 다른 사진가들이 전통적인 농촌 풍광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는 데 몰두할 때 그는 전국의 굿판을 헤매 다녔다. 당시 굿은 '미신 타파'라는 구호 아래 '조국 근대화 운동'에 역행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그의 고향 제주도 다르지 않았다. 굿을 하려면 한라산 중턱 돌담 밑에 숨어서 조용히 악기를 두드려야 했다.

2005년 10월 발간된 '굿, 영혼을 부르는 소리'에 실린 '사진가의 말'에는 이처럼 수난의 시대를 맞은 굿판을 찾았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박해와 탄압의 분위기 속에 무당과 만신들은 사회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을 하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며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그는 무당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신뢰감을 쌓으려 노력했으며 굿의 의미를 공부했다.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그는 사라질지 모르는 굿을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카메라를 든 '큰심방'이 되어 굿판을 누볐다. 사진가 김수남(1949~2006)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산지천갤러리에서 김수남 20주기 기획전을 펼치고 있다. 유족들이 제주도에 기증한 작품 중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300점가량을 선별해 '카메라, 멩두'란 제목으로 묶었다. '멩두'는 제주 방언으로 무당이 굿할 때 사용하는 기본 무구를 뜻한다.

김수남의 '제주도 신굿'(1981). 서순실 심방의 신굿 현장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산지천갤러리 제공

김수남의 '제주도 신굿'(1981). 굿판을 찾은 사람들을 담았다. 산지천갤러리 제공

산지천갤러리 2~4층 전시실 전관에 풀어놓은 소장품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1981년 4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제주 동김녕리 서순실 심방 집에서 이어진 신굿이다.

현재 제주큰굿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서순실 심방의 입무 의례 현장으로 이때 김수남은 동료들과 열흘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굿을 하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1980년 11월 칠머리당영등굿이 국가문화재(지금의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서 심방의 어머니가 최연소 전수생이던 딸의 신굿을 준비한 끝에 성사된 자리였다.

전시장에는 그간 출판과 전시를 통해 공개했던 대표작만이 아니라 작가 사후 디지털화한 필름 스캔 이미지 중에서 고른 사진들이 나왔다. 한 사람이 심방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굿판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 등 피사체를 향한 작가의 유대감이 느껴진다. 사진 찍는 걸 극도로 꺼렸다는 이중춘 심방(작고, 제주큰굿 보유자)은 쌀 여섯 방울이 올려진 커다란 손바닥 컷으로 이번 전시에 등장한다. 육필 원고 등 김수남의 손때가 남은 자료들에선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지난 6일 만난 산지천갤러리 우지현 매니저는 "김수남이 굿 현장에서 포착한 전통 신앙 공동체의 모습과 이를 기록하는 사진가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김수남은 공동체의 정체성, 믿음, 유대와 같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독자적인 세계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최근 산지천갤러리 1층으로 옮긴 김수남관의 상설전 '꿈과 현상: '한국의 굿' 1983-1993'(2027년 3월 31일까지)도 진행 중이어서 전시장 전체가 김수남 관련 소장품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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