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기] 제주돌문화공원 김용호 사진·영상전

[주말 여기] 제주돌문화공원 김용호 사진·영상전
개원 20주년 기획전 '남국재견-제주, 다시 보다'
붉은 바다 건넌 검은 돌 너머 깊고 그윽한 아름다움
천·지·인·석·생 주제로 돌문화공원 돌·자연 등 담아
시간·기억·신화가 겹친 풍경에 생경한 제주의 얼굴
  • 입력 : 2026. 05.21(목) 17:48  수정 : 2026. 05. 21(목) 18:1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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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유현'(2024).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한라일보] 한지에 프린트한 돌의 형상은 사진이 아닌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다가온다. 눈바람을 맞고 서 있는 돌. 중산간의 매서운 날씨 탓에 인적이 끊겼을 그곳에서 그는 제주를 본다.

지난 4월 25일부터 시작된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20주년 기획 김용호 사진·영상전. '남국재견(南國再見): 제주, 다시 보다'란 제목 아래 돌문화공원의 미학적 깊이를 들여다본 작품을 중심으로 오백장군갤러리 1~5전시실에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탐라목석원을 통해 40여 년 전부터 제주의 돌과 자연에 눈길을 둔 김용호 작가는 '깊고 그윽하며 미묘함'을 뜻하는 '유현(幽玄)'을 핵심 주제로 그 안에 잠든 이야기를 꺼낸다. '남국재견'을 두고 "단순히 다시 본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제주를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시 마주하는 일에 가깝다"고 말한 그는 "풍경은 늘 자리에 있었지만, 그 위로 시간과 기억, 신화와 개인의 시선이 겹쳐질 때 비로소 제주는 낯설고 생경한 얼굴을 드러낸다"고 했다.

김용호의 '유현-볕뉘'(2025). 제주돌문화공원 제공

'지(地)-붉은 바다를 건넌 이들' 주제 전시실. 진선희기자

'천(天)-유현의 아름다움', '지(地)-붉은 바다를 건넌 이들', '인(人)-남국재견: 이방인의 시선', '석(石)-돌에 남은 제주인의 얼굴', '생(生)-생동하는 유현' 순으로 구성한 전시의 주인공은 사람 형상을 한 돌문화공원 곳곳의 돌이다. 멀고 먼 어느 시절, 지상에 분출된 뜨거운 마그마가 급격히 식어서 굳어진 돌은 이 섬이 무수히 겪은 죽음과 선택, 생의 무게를 말없이 전한다. 작가는 돌이 있는 곳에 흐르는 "어둠과 안개, 침묵과 여백, 그리고 완전히 해석되지 않은 이야기의 틈"에서 "또렷이 규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전시 자료에 실린 평론에서 "오늘날처럼 과잉된 이미지와 즉각적인 메시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그의 사진은 이해를 지연시키고 해석을 유보함으로써 감각이 충분히 머물 수 있는 '시간의 영토'를 확보한다"고 했다. 또한 그의 작업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새로운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방식이었음을 깨닫게" 한다고 덧붙였다.

7월 26일까지. 공식 개막 행사는 6월 12일에 열린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정원의 황홀' 윤광준 작가와 함께 하는 '숲속 볕뉘 산책', 해금 강은일·정가 정마리 공연, 전시 오프닝이 잇따른다. 오후 6시 설문대할망전시관 야외 무대에서는 특별 공연으로 배우 박정자가 출연하는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피터 한트케 작, 김아라 연출)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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