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다 여기로 오라
내 책상다리를 하고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아
가끔은 소맷자락 긴 손을 이마에 대고
하마 그대 오시는가 북녘 하늘 바다만 바라보나니
오늘은 새벽부터 야윈 통통배 한 척 지나가노라
새벽별 한두 점 떨어지면서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고 가노라
오늘도 저 멀리 큰 섬이 가려 있어 안타까우나
기다리면 님께서 부르신다기에
기다리면 님께서 바다 위로 걸어오신다기에
연북정 지붕 끝에 고요히 앉은
아침 이슬이 되어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의 사랑도 일생에 한 번쯤은 아침 이슬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갖게 되기를
기다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느냐

삽화=배수연
오늘의 시가 부재를 해체하고 의미를 유예하는 걸 익숙하게 지켜본 독자들에게 「연북정」은 오래된 풍경화처럼 다가올는지 모른다. 하지만 좋은 시는 언어의 유행보다 감정의 진실과 진심으로 오래 살아간다. 문장의 결은 느리되, 종결어미는 감히 한 시대의 숨결을 품는 것이다. 이 시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행위가 있다.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 기다림은 단순한 서정이나 사건이 아니라 부재를 견디는 기술이며 희망을 끝내 허물지 않는, 한 존재가 세계와 맺는 가장 깊은 관계의 윤리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화자가 자신의 기다림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 이슬'이 된 화자의 기다림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다리는 자리를 함께 내어주고 싶어 한다. "북녁 하늘 바다"를 꼿꼿이 바라보는 좌정은 기어코 "새벽별 한두 점 떨어지면서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는 때 온다고, 상실을 견딜 수 있는 작은 연북정 하나 기다림이라는 오래된 언어로 세워놓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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