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박쥐 겨울에도 잠에서 깨 먹이 활동

한라산 박쥐 겨울에도 잠에서 깨 먹이 활동
세계유산본부 생태조사 중간 분석 결과 발표
겨울 내내 동면하는 육지 박쥐와는 다른 양상
  • 입력 : 2026. 08.04(화) 10:43  수정 : 2026. 08. 04(화) 10:4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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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서식하는 박쥐,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 한라산에 서식하는 박쥐는 한겨울에도 기온이 다소 올라가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먹이 사냥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겨울철 내내 동면을 이어가는 한반도 육지 박쥐와는 다른 모습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동굴 박쥐 생태조사’ 학술용역 중간 분석을 통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내 구린굴·평굴과 관음사 계곡 일대에서박쥐의 겨울철 간헐적 먹이활동과 계절별 서식지 이용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2023년부터 박쥐를 포획하거나 서식지에 반복해 드나들지 않고도 초음파로 출현 종과 활동 시기, 먹이활동 빈도를 장기간 기록하는 방식으로 박쥐의 생활 양상을 추적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가 관음사 계곡에서 포착한 초음파 중 박쥐가 내는 ‘먹이활동 신호(feeding buzz)’를 분석한 결과, 12월에는 먹이활동이 비교적 빈번했고 1~2월에도 기온이 높은 밤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활동이 확인됐다.

이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에 사는 제주 박쥐가 겨울에도 일시적으로 깨어나 먹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걸을 시사한다.

계절에 따라 동굴과 계곡을 다르게 쓰는 특성도 드러났다. 동굴은 겨울잠을 자거나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공간으로, 인근 계곡과 숲은 먹이터로 이용됐다.

평굴에는 겨울철 관박쥐가 최대 1900마리까지 모이는 주요 동면처였고, 구린굴은 봄·여름철 관박쥐·긴가락박쥐·큰발윗수염박쥐가 최대 1500 마리까지 모여 새끼를 낳고 기르는 출산·포육 장소로 확인됐다.

또 인근 관음사 계곡과 산림은 이들의 주요 먹이터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박쥐가 동굴과 계곡·산림을 오가며 하나의 생태적 연결망을 이룬다는 뜻"이라며 "동굴뿐 아니라 주변 계곡과 산림까지 함께 아우르는 보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맡은 김선숙 박사((유)공간생태모니터링네트워크)는 “생물음향 모니터링은 박쥐와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도 계절별 활동을 장기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한겨울의 간헐적 먹이활동은 제주 박쥐의 생태적 특성과 기후변화에 따른 생활사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김형은 세계유산본부장은 “2023년부터 쌓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한라산 박쥐의 계절별 생활과 서식지 이용 특성을 확인했다는 데 이번 중간성과의 의미가 있다”며 “최종 연구까지 자료를 충실히 검증해 세계자연유산의 과학적 보전·관리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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