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기후는 변했는데 제주 물류는 제자리걸음인가

[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기후는 변했는데 제주 물류는 제자리걸음인가
  • 입력 : 2026. 08.26(수) 03:00  수정 : 2026. 08. 26(수)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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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기후가 달라지면서 제주 농업의 풍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이상기온으로 익숙했던 기존 작물들이 흔들리는 반면, 변화된 제주 기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는 작물도 있다. 필자가 재배하는 '여름 두릅'도 그중 하나다. 육지에서는 냉해와 동해, 여름철 고온 피해가 만만치 않지만 제주에서는 여름 생산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문제는 생산 다음이다. 농산물은 생산할 수 있는데 육지로 보낼 길이 마땅치 않다.

여름 신선농산물은 수확 후 시간이 신선도와 상품 가치를 좌우한다. 하루 수십㎏을 수확해도 개별 농가의 물량만으로 별도의 운송체계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대량 출하되는 기존 작물의 물류망에 함께 싣지 못하면 소량 농산물은 갈 곳을 잃는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아도 제때 보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물류비 부담 이전에 '안정적인 운송망의 부재' 때문에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생긴다.

최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제주도청 관련 부서와 긴 통화를 했다. 그러나 대화를 거듭할수록 소관별로 나뉜 '칸막이 행정'의 한계가 선명하게 보였다. 제주에는 소규모 물량을 모아 운송비를 절감하는 공동물류 지원사업이 있고, 새로 조성된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도 있다. 그러나 공동물류 지원사업은 현재 제조업체 중심으로 운영된다. 농산물 유통은 별도의 담당 부서와 농협 등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행정에서는 효율적인 업무 분담일지 모르지만 다품종 소량 신선농산물은 그 경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농민에게 중요한 것은 담당 부서가 어디냐가 아니라 오늘 수확한 농산물을 제때 시장으로 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농민이 무작정 지원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필자 역시 계통출하 과정에서 ㎏당 2000원이 넘는 출하 관련 비용을 감수하면서 육지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보냈다.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좋으니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선 물류망'의 길부터 열어 달라는 것이다.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다. 제주 동서남북의 기존 농협 집하장과 활용 가능한 산지유통시설을 신선농산물 공동집하 거점으로 연결하고, 이를 스마트 공동물류센터와 항공·해상 냉장 운송망으로 이어주는 체계를 만들면 된다. 핵심은 시설을 더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시설과 물류망을 '연결'하는 것이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물류비 '거리 등가제' 도입 검토와 중앙정부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반가운 움직임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제주도가 먼저 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새로운 작목을 찾아 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을 제때 시장에 보내 제값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후가 변했다면 작목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물류도 변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제주 농정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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