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공모에 응모한 제주대학교병원(사진 왼쪽)과 제주한라병원.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지역 첫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마지막 난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도내 의료기관들이 수도권 대형병원과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에서 피할 수 있도록 제주만의 독립된 진료 권역을 만든데 이어, 각 권역별 소요 병상 수 규정을 손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제주는 진료 권역 분리를 이뤄냈지만 도내에서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의료기관의 병상 수가 정부 기준을 초과해 선정될 수 없는 구조였다.
2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 개정 계획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입법예고 전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 아직 개정 계획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특정 의료권역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한 모든 의료기관들이 정부가 산정한 소요 병상 수보다 많은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기준을 충족한다면 반드시 1개 의료기관은 평가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소요 병상 수는 진료권역별로 필요한 병상 수의 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고시를 통해 오는 2029년까지 A진료권역에 필요한 소요 병상 수를 800병상으로 산정했는데, 해당 권역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한 B의료기관의 병상 수가 850개, C의료기관 병상 수가 750개라면 B의료기관은 아무리 진료 성적과 시설 면에서 우수해도 정부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무조건 탈락한다.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되는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공모는 지난달 마감됐으며 도내에선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 등 2개 의료기관이 응모했다.
문제는 지난해 6월 제주만의 독립권 진료권역이 필요하다는 용역 결과를 제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당시 보고서에서 제주권역의 소요 병상수를 545개로 산정했다는 점이다.
심평원은 정부가 활용하던 동일한 산술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제주권역 소요 병상 수는 545개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 기준대로라면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탈락한다.
두 의료기관 병상 수는 각각 655개와 550개로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4월 제주만의 독립된 진료권역을 만들기로 결정하는데 심평원 용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병상 수 기준에선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는 그동안 보건복지부에 수차례 소요 병상 수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결국 복지부가 제주도의 요구를 받아들여 모든 응모기관이 소요 병상 수를 초과한다해도 중증·경증환자 진료 비율 등 절대 기준을 충족한다면 반드시 1곳은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규정을 손질하기로 하면서 마지막 걸림돌이 해소됐다.
한편 상급종합병원은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3차 의료기관을 말한다. 지역 의료 전달 체계는 동네의원급인 1차 병원과 일반 종합병원급인 2차 병원, 중증질환자를 전담하는 3차 병원 등 각 단계별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할 때 완성된다.
그러나 제주에는 1·2차 병원만 있고 3차 의료기관이 없어 해마다 수많은 도민이 '원정 진료'를 떠난다.
2024년 기준 타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도민은 14만5054명으로, 이들이 지출한 원정 진료비는 2204억원에 달했다. 의료계는 순수 진료비 외에 항공료와 숙박비 등 부대 경비를 다 포함하면 원정 진료에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정 진료를 해결위해 제주도는 수년전부터 제주를 서울 의료권역에서 분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서울 권역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삼성병원 등 이른바 '빅5'를 포함해 대형병원이 즐비해 도내 의료기관이 이들과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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