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제주 민속문화 진흥 포럼 발표자와 토론자 등이 개회식 직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 제공
[한라일보] 2007년은 '제주 민속문화의 해'였다. 제주도와 국립민속박물관이 공동으로 진행한 전국 첫 지역 민속문화의 해 사업으로 당시 "제주 민속은 세계 일류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무형의 원동력"이라며 조사·연구·전시 등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제주 민속문화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 현장의 연구자들은 "제주굿보다 제주굿을 연구하는 이들이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말로 위기감을 전했다. 지난 11일 제주학연구센터 주최로 제주도 경제통상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민속문화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모색' 포럼에서다.
이날 '제주도 민속문화의 인식과 진흥 정책의 과제'에 대해 발표한 강소전 제주대 강사는 소멸·잔존·지속·변화·체험 민속으로 나눈 전략적 접근을 제언했다. 1차적으로 조사, 정리, 연구, 기록 보관(아카이브)을 하고 신화, 해녀, 세시풍속, 식생활 등 현재 전승이 지속되는 민속문화 항목을 우선해서 정책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공공 영역에서는 유·무형유산, 해녀, 마을제, 향토음식. 농업유산 등 담당 부서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전담 조직 신설 또는 관련 조직 총괄위원회 설치로 대표 민속문화를 활성화하고 '제주의 민속 Ⅰ~Ⅴ'(1993~1998) 발간 이후 30년이 지난 민속문화를 집대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민속문화를 조사, 분석, 연구할 수 있는 민속연구자가 극히 드물다"고 밝힌 강소전 강사는 제주도와 제주대가 협력해 인력 양성, 강좌 개설 등 민속문화 연구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민속) 문화콘텐츠 아카데미'(가칭) 신설 등 대중 친화적이고 미래 문화산업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조성도 제시했다.
송기태 목포대 교수는 '전라도 지역 민속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의 명과 암, 그리고 현장의 생명력' 주제 발표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제 속에서 기존 작품과 예술 중심의 문화재에서 공동체의 유산으로 변화해 온 흐름을 다루면서 제주가 2000년 이후 전국 광역 시도 지방문화유산 지정 비율이 13위에 머문 점을 짚었다. 고창농악보존회를 건강한 무형유산 전승집단의 모델로 소개하며 제주에 시사점도 던졌다.
마치다 타카시 창원대 교수는 '민속문화의 위기와 재생: 일본의 제도와 과제' 주제 발표에서 민속문화를 핵심으로 마을을 재생시킨 '동일본대지진과 민속문화'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민속문화의 에토스(ethos)는 오래된 의례와 기술을 지키는 일만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자신들의 생활과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 생활 지식·실천적 지식에 있다"고 했다.
허남춘 제주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 토론에서 오영주 제주도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은 "현행 관련 조례가 비지정 생활민속의 조사·기록과 공동체 지원까지 충분히 포괄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지금 제주에서 무엇이 살아 있으며, 누가 그것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행정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류진옥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연구원은 "무형유산 전승 지원 방향의 핵심은 전승 공동체의 주체성과 자율적 질서 보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제주 민속문화 연구자의 세대 전승 위기는 전승 주체의 세대 전승 위기와 거의 유사한 수위이거나 혹은 그보다 더 비관적"이라며 대학의 현실을 꼬집었다. 강수경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제주 차원의 미래 문화자원 발굴·육성 정책 필요성을 제시했다.
반면 충북에서는 20년 전 충북역사문화연구원이 설립돼 충북 문화유산과와 상호 보완 관계로 지역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알렸다. 박종선 충북역사문화원구원 책임연구원은 "충북은 매년 2~3건의 주제 또는 지역을 설정해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향후 지정 또는 지역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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