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옵세션]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영화觀/ 옵세션]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 입력 : 2026. 09.21(월) 01:00
  • 진명현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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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옵세션'.

[한라일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한 편에는 늘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있다.

좋아한다는 마음과 함께 태어난 그 마음은 언젠가는 나도 같은 방식으로 보답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먹고 자라난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그 마음은 강하고 무력하다. 희망으로 커졌지만 절망으로 순식간에 작아지는 일을 반복하며 초심의 순도를 덧칠하며 변형된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라는 반복되는 질문에는 슬프게도 정답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타인의 정답을 오답이라 확신하는 순간 내 사랑이 가진 모든 아름다움들은 폭력이 되어 버린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 '옵세션'은 사랑 받기 위해 주문의 힘을 빌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니키(인디 네버레티)를 짝사랑하던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차마 고백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곁을 맴도는 일만 반복하는 청년이다. 니키가 잃어버린 목걸이를 다시 사주기 위해 골동품 가게를 찾은 베어는 '원 위시 윌로우'라는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원 위시 윌로우'의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단 하나의 소원만 빌 수 있음 2. 한 번 빈 소원은 취소도 변경도 할 수 없음. 베어가 빈 소원은 '니키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게 해주세요'이고 소원은 거짓말처럼 이루어진다. 그리고 모두가 우려하듯 어떤 사랑도 그리 쉽거나 만만할 리 없음의 지옥도가 소원의 성취 위로 어지럽고 지독하게 내려앉는다.

AI시대에 통용되지 않을 속담이 있다면 아마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일 것이다. 고전적으로 순애보의 지속력을 긍정하던 이 말은 요즘 시대에는 폭력적인 스토킹으로 보일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정보의 양과 질을 충분히 탐색한 뒤 주도면밀한 접근을 하는 플러팅의 기술이 더욱 효용 있게 여겨지는 시대다. 상대의 취향과 선호에 맞춰 나를 변모시키거나 나라는 사람의 지금을 좋아할 수 있는 상대를 물색하는 일.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꽤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사랑까지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때론 사랑에는 마음의 실패가 여러 차례 필요하다. 고백까지의 망설임, 거절 뒤의 아쉬움, 그럼에도 여전히 식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의 필요까지 사랑은 대상에게 도달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한 인간을 사랑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 사람으로 만든다.

'옵세션'의 베어는 고백조차 하지 않은 채 어느 날 덜컥 손에 쥔 마법의 힘을 빌리고자 한 우를 저지른 이다. 만약 그가 더 망설이고 충분히 주저하고 오래 고민한 뒤 니키에게 고백했다면 그 대답이 거절이더라도 베어는 다음 사랑과 지나간 사랑 모두에 성숙하게 응대할 수 있는 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조건과 갖가지 방법 사이를 기어코 뚫고 나오는 마음의 싹이야 말로 나무가 될 사랑의 기초일 테니 말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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