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시체제에 대한 향후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제주도 본청의 기능을 조정하고 통·폐합하는 것은 '도전과 창조'라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이유를 망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한라일보 DB
기업적 사고·효율성만 좇다보니 부정적 평가정치적 이유 행정시와 읍면동은 손도 못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 2년을 맞아 지난 6월 '도전과 창조를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조직설계 연구'를 시작, 다음달 초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행정시체제에 대한 향후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도 본청을 기능을 조정하고 통·폐합하는 것은 '도전과 창조'라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이유를 망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주자치도가 추진하는 2단계 조직개편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보완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유사업무 대폭 구조조정=2단계 조직개편 용역업체인 (주)퍼포먼스웨이컨설팅은 내·외부적 환경분석 등을 통해 4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조직을 설계했다. 첫째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미션과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중심형 조직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교육·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교육의료산업과가 신설됐고 경제통상분야 강화를 위한 'FTA통상대응팀', 세계자연유산의 활용 극대화를 위한 '세계자연유산본부'가 신설됐다.
둘째는 고객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고객대응체계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2개의 농업기술센터르 4개권역별로 농기센터로 조정했으며 보건소를 행정시로 이관했다.
셋째로 유연한 조직구조와 효율적인 조직을 위해 효율성 제고에 장애가 되는 유사·중복업무와 비효율적 기능 수행 기구, 3개실·국 11개과를 통·폐합했다. 실무자가 2인 이하 조직은 대담당제로 조정하고 읍·면·동의 과 직제를 폐지하고 지역특화담당을 신설했다. 이와함께 현안업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현안추진단을, 환경관련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통합 환경자원연구원을 신설했다.
행정시는 제주시의 경우 사회복지과를 신설하고 절물휴양생태관리사무소를 신설해 6국 1보건소 32과(대)체제로, 서귀포시는 도서관운영사무소와 위생관리과를 신설해 4국 1보건소 24과(대)로 개편했지만 현행대로 유지됐다.
▶문제점과 반발 이유는=정량적 업무분석과 민간기업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업무량이 적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서를 과감한 통·폐합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당초 제주자치도의 과업지시서를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7월 용역을 발주하면서 직무분석을 통해 폐지 대상 또는 폐지해야 할 직무분야를 제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타 시도와 조직 비교를 통해 조직관리 개선방향과 행정기구 설치·운영에 관한 기준 등도 주문, 중간보고와 같은 조직설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도 "제주자치도의 조직은 조직의 유지를 위한 의도적 기구 확대로 재정압박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고 내부적으로 부서·직렬 이기주의, 외부에서의 특정 집단·지역주민 등의 반발로 불필요한 조직이 생산되고 존재돼 왔다"고 밝히고 있는 점도 이같은 구조조정이 필요성을 지적해주고 있다.
하지만 기업적인 사고와 효율성을 강조한 민간컨설팅 업체에서 조직진단 설계가 이루어지면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부분이 많이 무시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나 관련단체 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주자치도는 공공기관으로서 주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해주면서 향후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직설계를 통해 알려줘야 한다는 점이 가볍게 다뤄졌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여성능력개발본부의 통합, 인적자원과의 총무과 회귀,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연구기능 분리, 환경자원연구의 기능 통합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제주자치도가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조직설계를 담당했던 연구진과 이번 연구진간의 가교역할을 담당했어야 하는데도 효율성을 강조한 과업지시를 내리면서 공공분야의 기능이 이해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유사기능의 통·폐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1년 전의 조직 신설 논리가 1년이 지난 지금은 통·폐합의 논리로 뒤집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밖에 김태환 지사가 행정시에 대해 "당분간 존속"을 밝히면서 혁신적인 조직설계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행정시의 개편과 읍·면·동의 강화가 필수적인데도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행정시에 대한 향후 플랜(plan)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시와 읍·면·동 조직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중간보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제안도 많다. 세계자연유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의 신설이나 꿔다놓은 보릿자루와 같았던 보건소의 행정시 이관, 농업기술원의 기술지원국 인원을 조정한 4개 권역별 기술센터 설치, 119재난상황실과 경보통제소의 통합을 통한 119재난종합상황실 설치 등은 그래도 수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상·하수도 업무의 일원화와 농업정책과와 친환경농업과의 통합, 도로 유지보수를 위한 도로관리사업소 신설, 살기좋은 만들기 사업의 통합, 일부에서 차별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비판하고 있지만 4·3과 평화 업무의 통합 등도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책과 보완 방향은=제주대 행정학과 오승은 교수는 "공공행정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제주자치도의 미래산업이나 비전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교수는 "제주자치도가 다른 시·도의 벤치마킹 대상인데 다른 시도와 비교해 조직을 설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가 덧붙였다. 이와 함께 행정시와 대동(大洞)제 개편을 무시한채 제주자치도 본청만을 대상으로 한 조직설계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주자치도나 김태환 지사가 향후 행정시에 대한 정확한 운영방향 등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행정조직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민간기업방식의 컨설팅은 효율성과 통합 지향적인 만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간의 운영방식을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기관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취재팀
[조직개편 배경은…/강승부 혁신기획관실 조직관리담당사무관] "적합한 조직 만들기 위한 과정"
이번에 실시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조직설계 연구 용역의 추진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은 특별자치도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1년간의 조직운용 성과를 분석하고, 현재의 도-행정시-읍면동이라는 단일광역행정시스템에 적합한 발전적 조직운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시·군 통합에 따른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단기적으로는 연착륙을 유도하고 단기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조직 및 인력의 재점검을 통하여 조직개편을 추진하도록 행정구조개편에 따른 행정조직 설계 연구 용역팀이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자체적으로 조직체계를 점검해보니 도 전체적으로는 공무원수는 많다는 여론이지만 각 부서 및 행정시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등 인력운영 효율화가 다소 미흡하고 조직구조의 지나친 세분화 및 과다로 유사업무 중복처리 및 현안사항에 대해서는 서로 업무 떠밀기 등이 발생함에 따라 부서별 정확한 직무분석에 의한 인력의 적정한 배치, 유사·중복업무, 비효율적인 기능수행 부서의 통폐합을 통한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은 사람의 지문과 같다고 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이 없듯이 저마다 처한 사회적 현실에 따라 조직의 윤곽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번 조직진단도 우리도가 처한 환경에 적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4가지 기본원칙에 의해 조직이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미션과 비전 달성 위한 전략중심형(4+1) 조직 지향, 둘째는 고객 Needs에 부응할 수 있는 고객대응체계 지향, 셋째는 국제자유도시 구축을 위한 유연한 조직구조, 효율성 강화 조직 지향, 넷째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인력활용의 극대화 지향이다
새롭게 설계된 조직은 11월 중순에 최종보고, 12월 도의회 심의를 걸쳐 내년에 시행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조직은 조직의 유지를 위한 의도적 기구 확대로 재정압박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는 부서·직렬 이기주의, 외부에서의 특정 집단·지역주민 등의 반발로 불필요한 조직이 생산되고 존재되어 왔다. 지금 행정환경은 변화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나에서 우리로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