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 매단 제주 새끼 돌고래 위험 신호.. "구조 서둘러야"

폐어구 매단 제주 새끼 돌고래 위험 신호.. "구조 서둘러야"
지난 21일 대정읍 해상서 '정형 행동' 첫 관찰
목적 없이 같은 자리서 빙글빙글 맴돌며 유영
돌고래연구팀 "매우 위험 신호 구조 앞당겨야"
  • 입력 : 2024. 01.22(월) 11:42  수정 : 2024. 01. 23(화) 17:02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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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줄로 추정되는 폐어구에 입과 꼬리가 걸린채 두 달 넘게 생활해 온 남방큰돌고래 새끼가 21일 낮 12시5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해상에서 한자리를 계속 빙글빙글 맴돌며 유영을 하는 등 '정형 행동'을 하는 모습.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 제공

[한라일보] 두 달 넘게 낚싯줄 등 폐어구에 몸이 걸려 신음 속에 살아가는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한 자리를 빙빙 돌며 유영하는 '위험 반응'까지 보이면서 구조를 서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과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12시5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해상에서 낚시줄로 추정되는 폐어구에 입과 꼬리가 걸린채 두 달 넘게 생활해 온 남방큰돌고래 새끼가 한자리를 계속 빙글빙글 맴돌며 유영하는 '정형 행동'을 보였다. 정형 행동은 동물들이 목적 없이 반복·지속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한다.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 김병엽 교수에 따르면 동물은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때 이런 정형 행동을 한다. 김 교수는 동물원 등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에게선 이런 정형 행동이 종종 관찰되지만 야생 동물에게선 흔치 않고, 특히 야생 동물이 정형 행동을 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위험한 신호라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1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 폐어구에 꼬리와 입이 걸린 남방큰돌고래 새끼를 처음 발견한 후 이 돌고래에게서 정형 행동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야생 생활하는 남방큰돌고래가 정형 행동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폐사까지 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신호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몸보다 길이가 짧은 폐어구가 입과 꼬리에 장기간 걸려 있다보니 정상적인 먹이 활동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유영도 못하고 있다"며 "사람으로 치자면 허리가 굽어진 상태에서 계속 걷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도와 해양수산부는 이 새끼 돌고래 구조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구조할 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주도는 3월 말 이내에 구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위험 신호를 보이고있는 만큼 구조 시점을 앞당겨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 관계자는 "어미가 새끼 돌고래와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했다간 구조자와 돌고래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또 해상이다보니 마취 주사를 이용한 포획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런 사실을 해수부와 전문가들과 공유해 구조 대책을 조속히 찾겠다"고 말했다.

폐어구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는 추적 관찰 중인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구조 방안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며 "하루 빨리 시뮬레이션을(구조 방안 확정하기 위한 예행 연습)을 실시해 폐사하기 전에 돌고래를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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