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모국어 모두 들려주세요" [가치육아]

"엄마·아빠 모국어 모두 들려주세요" [가치육아]
[가치육아- 공동육아] (9) 다문화가정 이중언어 소통
제주시가족센터 이중언어코치 이현주 씨
베트남 다문화가정의 이중언어 활용 도와
  • 입력 : 2023. 11.23(목) 15:00  수정 : 2023. 11. 26(일) 10:19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시가족센터 '다문화특성화 이중언어코치'인 이현주(41) 씨는 영유아기부터 자연스러운 이중언어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엄마.

본인 양육 경험 살려 부모코칭 교육 지원
"서툰 한국어보다 모국어로 맘껏 말해요"


[한라일보] '다문화특성화 이중언어코치'. 제주시가족센터에 근무하는 이현주(41) 씨의 명함에는 이런 직함이 적혀 있다. 베트남이 모국인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이중언어코치'라는 역할처럼 현주 씨는 다문화가정에서의 이중언어 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부모 한쪽의 국적이 베트남인 가정에서 아이가 자연스레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현주 씨의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5년부터 해 온 일이다.

현주 씨가 아이에게 모국어를 가르쳐주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집에선 남편과의 대화를 제외하고 베트남어만 썼다. "아이와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쓰는 현주 씨이지만 모국어인 베트남어보다 편할 수는 없다.

"외가를 방문할 때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연락할 때 아이가 베트남어를 할 수 있으면 저희 부모님도 좋을 것 같았어요. 가족센터에서 이중언어 활용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저 역시 집에선 베트남어만 쓰려고 노력했죠. 아이가 별 반응이 없어도 듣고 있다고 믿고 계속 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지금은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베트남어는 거의 다 알아들을 정도가 됐어요."

|이중언어 소통으로 '애착 형성'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거기에 더해 두 개 이상의 언어가 가능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첫걸음으로 여겨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현주 씨는 영유아기 때부터 이중언어 소통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애착 형성'을 들었다.

"엄마들은 자신의 모국어인 베트남어를 사용하면 아이가 한국어를 못할까봐 두려워하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엄마가 모국어를 사용해야 아이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애착 형성도 할 수 있어요. 모국어로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 엄마가 한국어를 잘 모르는데도 한국어로만 말하려고 하면 대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대화 자체를 못 하게 되거나 자칫 '안 돼'처럼 부정적인 짧은 단어만 사용할 수도 있고요."

제주시가족센터에서 진행됐던 이중언어 부모코칭교육. 사진=이현주씨

현주 씨가 이중언어 소통에서 강조하는 것은 "태어나자마자, 자연스럽게"다. 아이가 3~4살만 돼도 언어의 다름을 구분해 '엄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처럼 부정적인 반응에 부딪힐 수 있단다. 그만큼 영유아기부터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켜봐 온 사례도 다르지 않다. 임신을 했을 때부터 이중언어 교육에 관심을 두고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다문화가정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모국어인 베트남어를 들려줬다. 올해로 6살인 아이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아빠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이 엄마가 모국어를 쓰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현주 씨는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아빠는 한국어로 아이와 대화하고 놀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주 씨는 이중언어는 '교육'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발음이나 단어를 가르치는 것처럼 '공부'로 다가가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이 나오면 이중언어의 자연스런 노출에 방해가 된다"면서 "아이와 대화하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처럼 재밌게, 꾸준히 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가족환경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 대상은 예비 부모와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다문화가족이다. 참여자 모집 기간에 신청하면 이중언어 부모코칭교육, 부모·자녀 상호작용교육, 이중언어 활용 프로그램, 이중언어교실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라일보 '가치육아-공동육아'.

◇가치 육아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부모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관련 정보를 담는 '공동육아'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로 나서는 '이럴 땐'을 2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육아 이야기나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34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