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에 BRT까지? 연삼로 차로 다 없앨건가"

"자전거도로에 BRT까지? 연삼로 차로 다 없앨건가"
도의회 환경도시위 11일 행감서 진명기 부지사에 질의
이승아 "대중교통·보행안전 계획 상충… 도민만 혼란"
김기환 "곶자왈 초지 조성 못 막아… 보존 고민 없다"
  • 입력 : 2024. 10.11(금) 13:52  수정 : 2024. 10. 11(금) 15:16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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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이승아, 김기환 의원.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대중교통, 보행 안전 등의 정책을 부서 간의 충분한 협의 없이 내놓으면서 도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자전거도로 조성을 위해 차로 감축이 예고된 제주시 연삼로에 또 다시 섬식 정류장 조성이 계획되면서 "차선을 모두 없앨 것인가"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오라동)은 11일 '제주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진명기 행정부지사에게 질의하며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앞서 제주도는 하루 전인 지난 10일 '대중교통정책 발전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기존 BRT 사업을 고급화한 'S-BRT'(슈퍼-간선급행버스체계) 계획을 발표했다. 도로 중앙에서 양쪽으로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섬식 정류장'을 갖춘 도로 구간을 2032년까지 3단계에 걸쳐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1단계로 2026년까지 제주시 서광로, 동광로~노형로, 중앙로 등 10.6km 구간에서 추진하고 2단계(2026~2029년) 18.6km, 3단계(2029~2032년) 11.3km 구간을 계획하고 있다.

이승아 의원은 "(어제 발표된 자료를 보면) 2단계로 제주시 연삼로에도 BRT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1~2단계로 순환 체제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제주도의 대중교통 관련 용역 간의 '상충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제주도가 지난 6월에 마무리한 '보행 안전 및 편의 증진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포함된 '연삼로 도로 다이어트' 계획을 거론하며 "(이 계획에) 1·2안이 나왔는데 자전거도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삼로 양쪽에서 1개 또는 2개 차선을 줄이겠다고 한다"며 "그런데 어제 발표에는 이 도로에 BRT까지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삼로는 제주의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연삼로 차선을 아예 없앨 것인가"라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로 다이어트로 차로를 줄이고 도로 중앙에 섬식 정류장까지 둔다면 사실상 대중교통 외에 차량 운행이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수억원을 들인 용역에서 상충된 내용이 나오고 설명회가 이뤄지면 도민 입장에선 어느 정책이 맞는지 혼란이 생긴다"면서 "토론회, 설명회 등을 하기 전에 미리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진명기 행정부지사는 "앞으로 진행되면서 조정, 조율이 가능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정책을 추진하면서 또 그런 일이 없는지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선 제주의 환경 자산인 '곶자왈'이 초지 조성으로 무분별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갑)은 제주시 관음사 인근 '보존관리지역'이 초지 조성 허가를 받고 조성을 진행 중인 사례를 확인했다며 현행법상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허점'을 지적했다. 향후 개발 행위 등을 염두해 곶자왈에 초지를 조성하더라도 제재할 방안이 없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초지법 제3조를 보면 도시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제한구역 등의 극히 일부에서만 토지 조성을 제한하고 있다"며 "곶자왈에 초지 조성 허가가 들어왔을 때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도 있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22년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곶자왈에 초지를 조성하겠다는 신청에 대해 제주시가 곶자왈 보전을 이유로 '불허'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허가가 이뤄졌다. 제주도 민원조정위원회가 초지법이 정하는 제한 지역에 곶자왈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원인의 손을 들여주면서다.

김 의원은 "초지법을 개정하거나 제주특별법에 이를 위임 받지 않으면 곶자왈에 초지 조성 허가를 불허하기 어렵다"며 특별법 개정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진명기 부지사는 "처음 듣는 얘기라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필요한 조치와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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