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의 활로를 찾는다/대안산업 녹차](4)제주 차산업의 걸림돌

[제주농업의 활로를 찾는다/대안산업 녹차](4)제주 차산업의 걸림돌
초기 투자비용 많아 기대반 우려반
  • 입력 : 2005. 10.18(화) 00:00
  •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의 녹차산업은 지리적·환경적으로 차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과다한 초기투자비와 당국의 지원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사진은 일본 제일의 차산지인 시즈오카 차시험장의 묘목 시험포. /사진=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3천평당 2천8백만원…묘목비가 절반

지리·환경적 가능성 불구 권장 못해

기계·집단화 절대적…지원은 태부족


 해발 200고지 내외의 제주 중산간에서 녹차재배가 가능한 면적은 대략 4천ha쯤 된다고 한다.

 제주도의 중장기 녹차산업 발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1년 녹차재배 면적은 2천ha이다. 제주에 녹차재배면적이 2천ha가 됐을 때 국내 재배면적의 약 30%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주에서 녹차재배가 가능한 면적이 4천ha나 된다는 사실은 제주가 국내 제1위 녹차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객관적 증거이기도 하다. 제주녹차는 이미 환경·지리적으로 그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녹차산업은 많은 투자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이 아직도 농가들이 선뜻 차 재배에 뛰어들지 못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우선 초기투자가 많이 든다.

 녹차재배는 다른 작물에 비해 밀식을 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1ha당 2천여본의 묘목을 필요로 하며 차밭 조성, 토양개간, 특히 가공시설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개별 소농으로는 녹차가 다른 작물에 비해 고소득을 보장하는 것으로 홍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입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실제 제주도농업기술원과 제주녹차발전연구회에 따르면 시작단계에서 농가형 다원조성 비용이 1ha(3천평)당 2천8백여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개간 및 배수로 정비 등 기반조성비로 2백10만원(평당 7백원x3천평) ▷묘목비 1천2백만원(평당 8본x3천본=2만4천본x5백원) ▷퇴비 1백50만원(50톤x3만원) ▷유기(무기)질 비료 3백만원(20kg 3백포x1만원) ▷부초용 짚 1백35만원(3백단x4천5백원) ▷관수시설 7백50만원(3천평x2천5백원) ▷식재작업비 90만원(30명x3만원) 등이다.

 허인옥 교수(제주대)는 지난해 차 심포지엄에서 “지금까지 제주지역에서의 녹차산업은 태평양그룹의 장원산업이라는 민간기업이 개척해 성공해 실증을 보였고 자연입지조건으로 볼 때 고급차가 생산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종합 분석해 시책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어 “특히 녹차생산에 필요한 기술개발이나 판매 및 소비시장이 개척되었음에도 녹차를 권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또 녹차산업이 지닌 특성이나 본질에 대한 이해조차 확실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초기투자 부담은 식재후 첫 수확하는데 최소 4년, 정상적으로 수익을 달성하는데도 4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더욱 버겁다.

▲시즈오카에 있는 차 백화점.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차 가공품들이 판매되고 있다./사진=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사)한국차생산자연합회 제주지회 성환희 총무는 “수익 달성 기간이 길다는 사실은 차재배 의향이 있는 사람조차도 망설이는 대목”이라며 “묘목이 부족하고 가격이 비싸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귀포시와 북제주군, 남제주군은 올해 차 지원사업비를 확보했으나 제주도가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바람에 계획 사업 상당수가 차질을 빚고 있다.

 북제주군의 경우, 올해 15ha의 다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국비와 도비가 반영되지 않는 바람에 계획 물량 가운데 3.75ha 조성에 그쳤다.

 본격 생산체제를 앞두고 가공처리시설 부재도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농가들은 올 하반기 이후 농가에서 수확한 녹차 생엽을 수매해갈 곳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기계화와 집단화는 제주 녹차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다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기존의 한국 다업의 문제점과 결점을 답습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경쟁력 있는 다원의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도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값싼 외국산 녹차가 밀려와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일본의 가고시마 다업을 본보기로 삼아 장점들을 수용하는 영농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장원산업의 김영걸 상무이사는 “제주도의 다원을 조성할 때에는 기계화가 가능하도록 대규모화 해야 하고 다원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정 지역내에 집단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다원을 평탄지에 조성해 기계화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뭄이나 동상해 등의 우려가 있는 지역은 관수시설, 방상시설 등의 기반설비를 갖추고 농로도 잘 정비해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녹차산업은 민간에서만 주도하기에는 버겁다. 관민이 공조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산업이 바로 녹차산업이다.

 김 상무는 “녹차가공시설을 설립하는데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기 때문에 작은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농가가 조합이나 법인을 조직, 기금을 마련해 공동으로 대형 제차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7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