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9)서귀포 삼보식당 김영일씨 가족

[代를잇는사람들](9)서귀포 삼보식당 김영일씨 가족
"세가지 '보물' 지켜갑니다"
  • 입력 : 2008. 03.15(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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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식당' 가족들이 보물 같은 해물뚝배기 앞에서 모처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앞에서부터 어머니 강희년씨, 아버지 김영일씨, 아들 창호씨, 딸 정아씨, 며느리 현금지씨.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속이지 않는 한결같은 맛이 비결"
20여년 한우물… 자식들도 동참


잘 말린 옥돔에 참기름을 살짝 바르고 노릇노릇 구워낸 '옥돔구이'는 제주를 찾는 이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색깔도 일품이지만 맛은 어떤 생선구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여름철 즐겨먹는 '자리물회'는 그야말로 '배지근한'맛이 일품이다. 또 싱싱한 해산물과 제주산 성게가 듬뿍 들어간 '해물뚝배기'는 제주바다를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아낸 느낌이다.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중에서 대표격인 '옥돔구이' '자리물회' '해물뚝배기' 로 승부를 걸고자 했던 사람이 있었다. 김영일씨(70)가 그 주인공이다. 22년전인 1986년 3월 그는 이 음식이 '제주의 3가지 보물'이라고 생각했고 그 마음을 담아 '삼보식당'이라 이름 붙였다.

늘 한결같은 부부의 정성과 손님을 최고로 여기는 마음 때문에 한자리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는 사이 음식 맛은 일본의 수많은 잡지와 언론에 소개됐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서울에서 보험회사 전산실에 다니던 큰 아들 창호씨(43)부부와 딸 정아씨(38)가 부모님 곁을 지키고 있다.

"어머니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제주에 내려온 후 틈이 날 때마다 도와드렸어요.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됐고 10년전부터 제 직장이자 아내의 직장이 된거죠."

얼마전에는 둘째 아들 형주씨(36)가 제주시 연동에 분점을 열었다. 이쯤되면 '온 가족이 함께 세가지 보물을 지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 말하는 '성공요인'은 아버지의 고집과 어머니 강희년씨(64)의 넉넉한 인심때문. 아버지의 고집은 고스란히 아들이 물려 받아 한동안 며느리 현금지씨(40)의 맘고생도 적지 않았다.

현씨는 "처음 식당을 돕기시작했을때 시아버지를 빼닮은 남편의 고집 때문에 두 사람이 부닥칠때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중간에서 '일을 접고 서울로 올라가려는 마음'이 들다가도 가족이다보니 또 함께하게 되더라구요."

두 부자의 고집은 이렇게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사실은 식당을 지키는 버팀목이었다. "솔직히 제주산 성게값과 오분자기 값이 너무 올랐을땐 '수입산을 쓸까'하는 유혹도 있었어요. 그때 '부자의 고집'으로 위기를 넘겼고 앞으로도 손님을 속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가지 맛을 지키려는 가족들은 점점 해녀들이 줄어들어 '가족의 신념'이 깨지지 않을 지 걱정이 많다.

아침·점심식사 시간을 피해 이들을 만나는 동안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들어왔다. 이들은 5년전에 제주관광을 왔다가 이곳에서 기념촬영한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흐믓한 표정으로 일본인을 안내하던 아버지가 한마디 했다. "혹시 나중에 식당을 옮겨야 하는 일이 생겨도 화려하게 짓는 것 보다 지금처럼 허름한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으려고. 왜냐하면 이렇게 사진을 들고오는 손님들이 옛 생각에 잠길수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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