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13)국제금고 고일대·정욱 부자

[代를잇는사람들](13)국제금고 고일대·정욱 부자
"단단한 금고처럼 고객 만날 것"
  • 입력 : 2008. 05.10(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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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제주에서 철재가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고일대씨(왼쪽)와 장남 정욱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3대째 같은 자리에서 철재가구 판매 한길
"대를 잇는다는 것, 가장 큰 존경심의 표현"


제주에 철재가구가 들어오기 시작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부터다. 도내 첫 금고·철재가구 판매점인 국제금고가 문을 연 것은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칠성통에서 사진관을 했던 부친 고명수씨(2001년 작고)가 본격적으로 철재가구 판매에 나섰다. 그리고 1973년 '국제금고'란 상호를 내걸고 현재 위치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고일대씨(59·국제금고 대표)는 1979년부터 물려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장남 정욱씨(29)가 4년전부터 제주로 내려와 직원으로 일하면서 3대째 금고·철재가구 전문점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사업을 시작한 당시 도내에는 '철재사무용가구'라는 개념이 희박했죠. 그래도 금고는 장사를 시작하는 곳에 가장 귀한 선물이었어요. 소중한 것을 담는 금고를 판다는 자긍심을 늘 갖고 있습니다.."

한번 구입하면 수명이 긴 철재가구의 특성 때문에 이들 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과의 신뢰'다.

"절대 고객을 속이지 말아라. 순간의 이익을 좇아 속이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상처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아들 정욱씨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얘기다. 얼마전부터는 동생 상욱씨도 또다른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가 지켜온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늘 부담스럽지만 내려온 이후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 다행스럽다.

"이젠 아들이 다 알아서 하니까 전 사무실을 지키기만 하면 되죠." 아버지가 웃음지었다.

"우리나라의 가구제작기술은 이제 세계 어느 기업과 경쟁해도 될 만큼 제품이 우수하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질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한 때"라고 말했다.

허리가 아픈 이유는 나쁜 의자를 쓰기 때문이라는 부자. "좋은 의자를 쓰면 허리가 아프지 않아요. 그래서 직장인이나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자가 좋아야 합니다. 처음에 단가가 비싸다고 했던 고객도 2~3년이 지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얼마전에는 한 고객이 15년전에 비싼 값을 주고 여기서 구입한 의자 다리 한개가 고장났다고 연락이 와서 직접 구해서 고쳐 드렸어요. 얼마나 그 의자가 좋았으면 15년을 쓰고 또 고쳐쓰고 싶었을까요?"

항상 함께 일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다지 '편안한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아들이 정곡을 찔렀다. "아버지를 이어 같은 일을 하는 아들에게 물어보세요. 쉽게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아버지에 대한 가장 큰 존경과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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