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15)'은어의 집' 김진화·김순자씨

[代를잇는사람들](15)'은어의 집' 김진화·김순자씨
"식당 보다는 외도천의 상징이죠"
  • 입력 : 2008. 05.24(토)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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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외도천에서 '은어의 집'을 운영하는 김진화씨(왼쪽)와 시어머니 김순자씨.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시할머니 때부터 3대째 33년간 운영
단골손님 전화 걸어와 "아직도 있네"

'은어' 하면 떠오르는 곳이 아마도 제주도민들 사이에선 강정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제주시 외도천의 은어를 잊지 못하고 있다. 도시화되고 환경오염이 심해져 외도천 은어는 그 자취를 감추고 있고, 은어와 함께 했던 사람들만이 그때를 추억하고 있다.

제주시 외도동 소재 외도천 인근 '은어의 집'은 1975년 여름 문을 열었다. 이 당시만 해도 은어 요리를 하는 곳은 제주에서 외도천 주변의 월대식당과 '은어의 집' 두 곳 뿐이었다. 현재는 월대식당은 문을 닫았고 '은어의 집'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진화씨(57)는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김순자씨의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다.

올해로 29년째. 김진화씨는 1979년 시집을 오면서 남편인 김기호씨(60)와 함께 식당일에 나섰지만 지금은 자신이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시어머니는 몸이 편찮아 가끔식 도와주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당연히 가업을 이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저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은어의 집'은 은어와 자연산 민물장어로 유명한 곳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은어의 집'을 찾아 전화를 걸어오는 손님들도 꽤 있다.

"예전 단골 손님들이 전화를 걸어와서는 '아직도 있네'하면서 놀라기도 해요. 그만큼 오래됐다는 증거죠. 그리고 그런 손님들이 직접 찾아주기도 해요."

식당안에는 작은 샘물이 있었다. 그 샘물에는 용천수가 흘러나와 은어와 민물장어가 살았다. 굳이 내천으로 잡으러 가지 않아도 가게 안에서 바로 해결할 정도로 풍부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환경도 변했다. 지난 2001년 구획정리를 하면서 식당의 모습도 현대식으로 바뀌었으며, 예전의 고즈넉한 식당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찾던 손님들도 줄었다.

"예전 손님들은 은어와 자연산 장어 요리뿐만 아니라 식당 자체 정취에 이끌려 왔던 이들이 많았었는데, 식당의 모습이 바뀌고, 유동인구가 적어지면서 손님의 발길이 줄었어요."

환경뿐 아니라 사람들도 변했다.

"민물장어가 대중음식이 아닌 이유로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경우도 많이 봤어요. 또 자연산 장어가격은 양식산 보다 5배가 차이도 나고. 그래서 묵은지삼겹살이나 갈비찜 같은 대중음식도 준비해놓고 있죠."

많은 식당이 생겼다가 금새 없어진다. 한 곳에서 몇 십년을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33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이 '은어의 집'은 단순한 맛집이 아닌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 한켠에 자리한 소중한 추억이 아닐까.

"많이 힘들어요. 양식 민물장어 식당도 주변에 생겨나고 예전만큼 식당운영이 돼지 않을 때면 '그만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해요. 하지만 이 '은어의 집'은 단순히 식당이 아니에요. 이 외도천의 하나의 상징이죠. 힘들어도 이어 나갈 거에요."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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