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염쟁이 유씨'제주 온다는데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염쟁이 유씨'제주 온다는데
  • 입력 : 2008. 05.27(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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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서 성공한 지방 연극…문예회관 초청 공연 목록에
섬안의 보석도 찾아나설 때


"오이무침이 좋아? 내가 더 좋아?" 꿀맛같은 신혼의 단칸방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물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파나마모자를 머리에 얹고 이런 말도 한다. "나, 이뻐?"

지난 23일 저녁 문예회관 대극장에는 모처럼 중년 관람객들이 들어찼다. 배우자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두 노인이 말년에 찾아든 사랑을 뜨겁게 맞이하는 '늙은 부부 이야기'에 객석은 초반부터 술렁였다. TV드라마에서 낯익은 사미자와 이호성 두 배우에 대한 친근함도 있었을 것이다. 관객들은 대사 한마디한마디에 적극적 반응을 드러냈다.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에 뽑혔던 이 작품은 지방 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제주를 찾았다. 몇해전부터 전국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지방 문예회관에서는 연극, 뮤지컬 등 우수 공연작품을 지역에서 볼 수 있도록 복권기금을 초청 경비에 일부 지원해왔다.

제주도문화진흥본부가 관리하는 제주도문예회관도 매년 4~5회의 우수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뮤지컬 '삼신 할머니와 일곱 아이들'을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이달엔 '늙은 부부 이야기'를 공연했다. 7월은 뮤지컬 '싱글즈'를, 10월엔 연극 '염쟁이 유씨'를 불러온다. 지방 관객들로선 작품성에다 흥행이 보장되는 이들 공연을 비교적 저렴한 입장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하지만 도내 공연단체들은 할 말이 있다.

올해 도문화진흥본부가 우수공연 초청에 들이는 예산은 1억5천4백만원. 도비가 1억1천7백여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넉넉한 비용은 아니다. 예산에 맞추느라 출연진이 비교적 적은 소극장용 작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왕 문예회관에서 우수 공연을 초청하는 것이라면 제주지역에서 만들어내는 작품에도 눈길을 돌렸으면 싶다. 특정 단체의 공연을 유치하는 데 부담이 따른다면 제주도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공모하는 무대공연 제작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제작이 이루어지는 창작 공연중에서 현장 평가를 통해 작품성이나 관객 호응도가 높은 무대를 문예회관에 초청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도문화진흥본부의 초청공연 목록에 오른 '염쟁이 유씨'는 지방의 배우가 충북 청주에서 초연한 1인극이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006년에는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라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지방의 연극이 서울을 공략한 데 이어 제주처럼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제주에선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눈밝은 사람이 되어 제주섬 안의 '보석'을 찾아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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