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막하는 국제관악제 후발 음악제 비해 예산 1/3
성장 위한 진단과 처방을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서 쓸수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린 바늘 허리에 실을 매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됐으니까."
제주국제관악제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어느 관악인은 그렇게 말했다. 관악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면서 그 수고로움에 비해 더딘 걸음을 걷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했다.
매년 8월 12~20일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 등지에서 열리는 제주국제관악제는 1995년부터 시작됐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다. 뜻이 맞는 제주섬 관악인들이 맨땅에서 팡파르를 울렸다. 여름이면 다른 일은 접고 탑동에서, 문예회관에서 땀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5년뒤 제주국제관악제는 제주시와 손을 잡으면서 숨통을 텄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한 제주국제관악제는 올해로 13회째가 된다.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가 갖춰지고 사무국이 설치되는 등 종전보다 예산이나 규모가 늘었다고 하지만 관악인들의 열정에 기대는 비율은 여전히 높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음악축제를 보자. 통영국제음악제, 대관령국제음악제, 원주따뚜,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은 모두 제주국제관악제보다 늦게 생겨났다. 그럼에도 예산은 제주의 3~4배에 이른다.
올 제주국제관악제 예산은 작년보다 5천만원이 증가한 5억5천만원. 이에비해 통영국제음악제 등 4개 음악축제의 예산은 적게는 14억, 많게는 2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지역 음악제의 '놀라운' 성장을 지켜본 도내 관악인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해볼 수 있다. 마냥 관악인들의 발품에 의지할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국제관악제의 미래를 위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관악제를 끌어온 토박이 관악인중 한명인 임성철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이 얼마전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제주도립교향악단·합창단 단무장을 겸하고 있던 그는 관악제가 다가올 때마다 오전이면 예술단 사무실에, 오후엔 관악제 조직위원회로 달려가 일을 처리해왔다.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일은 관악제 기간에 주어지는 활동비를 제외하면 무보수였다. 한달여전, 깊은 병이 찾아든 것도 알지 못한 채 전화를 붙들고 일을 처리하던 고인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30일 오전 해변공연장에서 '관악인 임성철'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열렸다. 그가 너무 일찍 이곳에 온 것은 아닌가. 다음달이면 금빛 선율로 휘감길 해변공연장에 놓인 고인의 영정앞에서 남아있는 자들은 그저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