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br>마을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br>마을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 입력 : 2008. 07.08(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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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문화토론 12회째

중복행사 오해 벗기 위해선 주민 자발적 참여에 방점을



"지나가당 소리나난 들렷수다. 삼춘이 부르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도 들을 수 있는 거지예."

해는 이미 졌지만 마을회관 옆 주차장은 조명장치 덕에 환했다.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난 중년 여성은 신바람난 표정이었다. 노래자랑이라도 온 것처럼 까치발을 하고 무대를 쳐다봤다.

지난 4일 저녁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3리. '마을로 찾아가는 문화토론 마당'이 그곳에서 열렸다. 4월 19일 안덕면 대평리를 시작으로 저지리, 서광서리, 청수리, 온평리, 하도리, 시흥리, 토산리, 하례2리, 금릉리 등을 1주일에 한번꼴로 찾았다. 이번이 열두번째 행사로 예정된 마을의 반쯤 돌았다.

'문화토론'이란 이름이 달린 탓에 학술행사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은 마을로 찾아가서 공연을 벌이고 그곳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우리땅 농어촌의 현실이 그렇다.

젊은이들 떠난 곳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은 통기타 치며 부르는 제주어 노래에 고개를 까딱거리고,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목포의 눈물'에 박수치며 노랫말을 흥얼거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민요단의 공연엔 무대로 뛰쳐나가 어깨춤을 췄다. 오좌수 행적비처럼 마을의 역사나 문화에 얽힌 사연도 증언처럼 풀어냈다.

지난달 28일 한경면 용수리에선 "물질만 허난 배운게 어신디"라며 수줍게 등장한 할머니가 해녀노젓는소리를 만담처럼 펼쳐놓으며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다른 사람도 질세라 공연 소품으로 나온 물허벅을 지고 소 모양 탈을 머리에 쓴 채 뒷풀이를 즐겼다. 절부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 행사는 제주도가 기획해서 제주문화포럼에 위탁해 치러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 해당 부서의 관심이 각별하다. 하모3리때는 인근 마을에 일이 있어 지나다 들렀다는 도문화관광교통국장이 행사 중간에 인사말을 한 뒤 자리를 떴다.

그동안 찾아가는 문화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매년 공모를 통해 '문화 소외지역'에서 벌이는 공연이나 전시행사 사업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제주도가 왜 굳이 중복행사를 하느냐는 오해를 벗기 위해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방점을 찍어야 할 듯 싶다. 하모3리, 용수리에서 얻은 감동은 마을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노래와 이야기 덕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주최측이 이 행사를 통해 발굴하겠다는 '(무형의) 마을 문화자원'인지 모른다.

제주문화포럼이 뜻한 대로 '마을 주민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의 문화자산을 이어갈 이들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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