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23)소리꾼 박순재·한유심씨 모녀

[代를잇는사람들](23)소리꾼 박순재·한유심씨 모녀
"외할머니·어머니가 소리 스승"
  • 입력 : 2008. 07.19(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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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문예회관 무대에 올릴 탐라예술단 창단 16주년 기념 정기공연 '제주소리의 근원을 찾아서'를 준비중인 박순재·한유심씨 모녀. /사진=강희만기자

3대째 소리꾼으로 살며 민요저변 확대
구성진 가락 속에는 제주풍광 한가득
서운한 마음도 무대 서면 눈녹듯 풀려


"이야홍 소리에 정떨어졌구나 이야홍 그렇구 말구요/ (후렴-이야홍 야홍 그렇구 말구요/야홍 이야홍 다고를 말이냐)/ 한라산 상상봉 높고도 높은 봉 이야홍 백록담이라/천지연 달밤에 은어노는 구경이 이야홍 좋기도 좋구나… 절부암 절벽에 부서지는 절소리 이야홍 처량도 하구나/ 용연야범에 노젖는 뱃사공 이야홍 쓸쓸도 하구나"

지난 16일 오후 제주시 삼도2동 지하연습실. 딸의 장구소리에 맞춰 모녀가 제주 창민요 '이야홍 타령'을 구성지면서도 힘차게 내뿜는다. 노랫가락 속엔 한라산, 천지연, 성산일출봉, 고량부, 용연야범 등 제주풍광이 줄줄이 녹아난다.

소리꾼 박순재씨(61)와 딸 한유심씨(36). 박씨의 어머니 양승옥씨(작고)도 김녕에서 유명한 소리꾼이었으니 3대가 우리민요의 매력에 빠져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밭에서 김을 매고 다듬이질을 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멜 후리는 소리', '밭 볼리는 소리', '고래고는 소리'를 따라부르며 자연스레 민요를 체득했죠." 박씨의 얘기다.

그리고 한씨도 20대 초반부터 소리의 길로 들어섰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한 번 들은 민요는 곧잘 소화해냈고, 상쇠도 금세 따라하는 등 우리소리에 소질을 드러낸 걸 보면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소리의 유전인자를 이어받은 게 분명했다.

박씨는 1992년엔 제주탐라예술단도 꾸려 제주민요의 저변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녀에게 소리를 배우러 오는 이들이 늘어났고, 실력을 갖춘 40여명의 회원이 크고작은 무대에서 우리소리의 멋과 맛을 전파하고 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소리꾼으로 살고 있는 박씨가 자랑삼는 것은 2005년 제1회 전국제주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얻은 '명창' 칭호다. 그리고 2006년엔 제주예총의 '제주예술인상'(공연예술 부문)도 수상했다.

한씨 역시 2007년 전국제주민요경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제주의 젊은 소리꾼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여러 동주민자치센터 풍물강사로도 활동하며 민요는 물론 꽹과리, 북, 징, 장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박씨 모녀와 단원들은 8월9일 문예회관 무대에 올리는 탐라예술단 창단 16주년 기념 정기공연 '제주소리의 근원을 찾아서' 연습으로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 공연의 구성, 연출 등 총감독은 한씨가 '우리 대장'이라고 부르는 박씨의 몫이다.

"우리소리가 마냥 좋다"는 한씨는 민요판에 30대 젊은 소리꾼이 없는 아쉬움도 털어놓는다. "소리꾼의 상당수가 고령층으로,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우리민요가 활발하게 전승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죠."

여느 엄마와 딸들처럼 사소한 일로 다투고 토라지곤 한다는 두 사람. 그들을 화해시켜주는 건 바로 우리 소리다. 연습시간과 무대에서 서로의 눈빛으로 장단을 맞추며 소리의 찰떡궁합을 빚어내노라면 갈등은 눈녹듯 사라진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소리를 부르겠다는 두 모녀에게 소리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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