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스무살 성인'된 문예회관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스무살 성인'된 문예회관
어제(25일) 개관 20주년 맞아
  • 입력 : 2008. 08.26(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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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문화 공간에 대비 기획능력부터 달라져야


20년전만 해도 한해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 공연 일수는 1백56일(1989년). 1년중 대극장의 절반 가량은 쉬었다는 이야기다. 20년이 흐른 뒤, 작년 도문예회관 대극장은 2백41일동안 가동됐다. 전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2백19일간 이용했던 데 비해 지난해는 3백59일동안 문을 열어뒀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동되었다고 보면 된다. 도문예회관이 집계한 가동률의 이같은 수치는 제주지역 문화예술활동의 성장을 말해준다.

어제(25일) 도문예회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1988년 2월 제주도문화진흥원이 설치됐고 그해 8월 25일 도문예회관이 문을 연다. 마땅히 공연이나 전시를 치를 장소가 없었던 지역 예술가들에게 도문예회관의 등장은 값졌다.

하지만 스무살이 된 도문예회관이 이용객 증가 등 외적 성장만큼 내실을 다져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는 멈칫하게 된다. 제주도문화진흥원에서 제주도문화진흥본부로 운영주체의 기관장 직급이 격상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도문예회관은 무풍지대처럼 보인다. 공연장이나 전시실을 빌려주는 개관 초기의 역할에서 그리 먼 걸음을 떼어놓지 않았다는 인상 때문이다.

개관 20주년 기념행사만 해도 그렇다. 공연은 자체 기획보다는 예년처럼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아트마켓에서 예산에 맞게 골라 초청하는 것에 그쳤다. 전시도 개관 20주년에 걸맞게 그간 도문예회관을 채웠던 제주미술의 흐름을 집약하기 보다는 특정 단체 초청전으로 대신했다. 2년전, 제주도제 실시 60주년이 되던 해에 머리를 싸매며 기획 행사를 고민했던 모습과 다르다.

도문화진흥본부가 무용단·교향악단·합창단·관악단 등 5개 도립예술단 운영 총괄을 맡으면서 기회는 많아졌다. 이들을 활용한 기획 공연을 문예회관에 올릴 수 있고, 상설공연을 할 수도 있다. 일찍이 도문예회관에 터잡은 도립무용단임에도 그 공간에서 공연을 벌이는 것은 1년에 단 두차례였지 않나.

도문예회관이 20주년을 넘기면 2~3년안에 문화공간의 환경이 새롭게 바뀐다. 제주시 오라동에 한라문예회관을 짓고 있고 서귀포엔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문예회관이 지금처럼 대관 위주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이들 문화공간과 차별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제주시립예술단으로 묶였던 도립교향악단·합창단은 오래전부터 한라문예회관 입주를 꿈꿔왔다. 도문예회관이 언제까지 가동률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할 수 없는 처지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내놓은 '2007운영백서'를 봤더니 그곳 수장이 '도민의 세금을 한푼이라도 아끼는 마음으로' 문화공간을 운영했다고 썼다. 도문예회관도 '놀리는' 문화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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