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델픽위 세차례 내도
개막 1년 앞둬 집안 싸움…대회 불신감만 커져나가
지난해 12월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그곳에서 열린 '제주 세계문화올림픽 설명회 및 발전방향 세미나'는 날씨만큼이나 냉랭했던 기억이 있다. 3회째를 맞는 델픽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나가자며 제주 유치 1년 9개월만에 마련된 자리였다.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델픽의 역사가 짧은 데다 대회 내용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참석자들 사이엔 애타는 말들이 오갔다. 어떤 이는 60억원의 예산중에서 민간이 확보하기로 한 20억원을 끌어낼 방안이 있는가 물었다. 또다른 이는 지금까지 두 차례 열린 델픽대회 개최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평가가 나와있느냐고 질문했다.
델픽을 제안한 사람으로 알려진 국제델픽위원회 크리스찬 키르쉬 사무총장은 당시 "델픽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다. 세계대회를 치러본 경험이 부족해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그 날 무거운 발걸음으로 행사장을 나왔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난 6월말. 제주도청에서 제주 델픽대회 이사회가 열렸다. 제주도는 앞서 '내년 9월 제주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델픽대회 준비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국제델픽위원회 일행이 내도한다는 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이사회 개최 이전 조직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성과없이 끝이 났다.
4개월 뒤인 지난 13~15일 키르쉬 사무총장 일행이 또 제주를 찾았다. 이들은 언론사로 보낸 e메일에서 2009제주델픽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데 방문 목적이 있다고 알렸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대회 일정을 둘러싸고 국제델픽위원회 위원장과 사무총장간 불협화음을 드러냈고, 국제델픽위원회 동북아시아 사무국장은 한국델픽위원회의 업무 소홀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민간 부문의 예산확보 방안에 대한 문제도 또다시 불거졌다.
국제델픽위원회측이 최근 세 차례 제주를 방문하는 동안 델픽에 대한 신뢰감 보다 불신감만 커갔다. 국제델픽위원회, 한국델픽위원회, 제주도 등 대회 준비에 뛰어든 '집안'끼리 '네탓'공방을 이어갔으니 말이다. 더욱이 제주도가 조직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내도한 키르쉬 사무총장이 굳이 위원장 선임이 늦어지는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비정부기구인 국제델픽위원회 관계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델픽정신'을 말한다. 하지만 예정된 사업비 60억원중 제주도 몫인 20억을 사실상 부담하는 제주도민들은 그보다 더 현실성있는 비전을 바라고 있다. 국제델픽위원회가 러시아 모스크바(2000년), 말레이시아 쿠칭(2005년)에서 열린 지난 대회의 성패를 면밀히 분석했더라면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대회 개막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