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34)한림공원 송봉규·상훈 부자

[代를잇는사람들](34)한림공원 송봉규·상훈 부자
"無에서 有 이뤄낸 청사진은 진행형"
  • 입력 : 2008. 10.25(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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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쌍용동굴, 석·분재원 등 8개 테마별로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한림공원 창업주 송봉규 회장(오른쪽)과 대를 잇고 있는 둘째아들 송상훈 사장이 공원 야자수길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30여년전 거친 모래밭 사들여 공원 조성 구슬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개척정신 배워갔으면"


제주시 협재리에 있는 한림공원엔 연간 1백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온다. 지난 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5백50만명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유명세는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와싱톤야자와 카나리아야자가 하늘을 찌르는 야자수길과 천연기념물인 협재·쌍용동굴, 석·분재원, 아열대식물원 등 8개 테마별로 이색 볼거리를 주는 공원을 30여년에 걸쳐 조성한 이가 바로 창업주 송봉규 회장(78)이다. 지금은 부친의 뒤를 이어 둘째아들인 송상훈 사장(52)이 공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1970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엑스포만국박람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2차대전의 폐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만큼 재건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관광산업이 제주발전을 견인할 열쇠라고 늘 생각하고 있던 터라 1971년 협재굴과 해수욕장, 비양도 일대를 묶어 한림지구 종합관광개발계획을 추진하려는 삽질이 시작됐어요."

송 회장은 사업지를 고향에서 물색하던 중에 수 차례의 경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던 오현학원 소유의 모래땅 30만㎡를 사들였다. 가시덤불과 돌멩이만 가득한 황무지를 사들이겠다는 데 가족들의 만류와 주변의 조소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모래밭에 2천트럭 분량의 흙을 복토하고 일본에서 개당 30원에 야자종자를 구입해 도내 처음으로 파종해 밤낮으로 공들인 결과 발아에 성공했다. 황무지를 옥토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송 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어릴 적 눈에 비친 아버지는 늘 공원에서 직원들과 공사를 하고 계셨어요. 1984년 서울에서 교편생활을 접고 내려와 공원안에서 생활하면서 아버지와 도내 전통초가를 사들여 재암민속마을을 준공하고 아열대 식물원, 연못폭포 등을 차례차례 조성해 나갔어요."(송 사장)

공원을 찾았던 관람객 중 방명록에 '天人 합작'이란 글을 남긴 이가 있다. 송 회장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공원안의 나무 한그루, 돌 한덩이 어디에도 자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하늘의 도움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송 회장이다.

"내가 나무를 심거나 종자를 파종하고 있으면 직원들이 '내일은 비가 내리겠다'고 할 정도로 거짓말처럼 비가 왔고, 공사중 큰 사고가 없었던 게 큰 다행이죠."

공원엔 일반인은 물론 학생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다. 송 회장은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사막지대나 다름없었던 불모지에서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처럼 개척정신만 있다면 못이룰 게 없다는 도전의식을 배우고 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8가지 테마공원이 자리를 잡았지만 두 부자의 사업구상은 끝이 없다. 1만6천여㎡에 조성중인 산야초정원은 2년후쯤 선보일 예정이다. 송 회장은 또 생전에 제주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전시관을 조성하고픈 욕심도 갖고 있다고 했다.

"한림공원 조성은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닙니다. 사훈인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물원 조성 노력은 이어질 겁니다."

이처럼 무에서 유를 이뤄낸 공원의 창업주 송 회장의 대를 이은 송 사장의 개척의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독자 여러분 주변에서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하시는 분들의 사연을 추천해 주세요. 지면에 적극 반영됩니다. 연락처=한라일보 편집국 ☎ 75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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