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미술제의 '눈’이 필요하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미술제의 '눈’이 필요하다
  • 입력 : 2008. 12.09(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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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 부재의 지역미술계 연말 제주미술제에 기대
연륜넘어 색깔 찾아갈때


미술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작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문예회관 1~2전시실은 여러 빛깔의 작품으로 차고 넘쳤다.

제주미술제가 올해로 열일곱번째를 맞았다. 미술협회제주도지회, 미술협회서귀포지부, 탐라미술인협회, 한라미술인협회 등 여러 미술단체가 운영위원회를 꾸려 치러지는 제주미술제는 제주미술인축제로 불린다.

17회를 이어오는 동안 미술인축제란 꼬리표가 늘 뒤따랐던 것은 아니다. 2003년에는 제주미술제를 치르지 못했다. 이듬해에는 잡음도 있었다. 행사를 치를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제주미술제를 취소했다가 제주도의 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이를 번복했다.

한바탕 몸살을 앓은 제주미술제는 다행히 그 이후 중단없는 길을 걸어오고 있다. 하지만 흥이 나지 않는다. 매해 주제를 정해 미술제를 열고 있지만 공허한 느낌이다. 올해는 '기쁜 우리…일상의 아름다움'이란 이름을 달았다.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주제에 꿰맞춰 출품작을 읽을 수 있는 것이고 보면 이번처럼 제주미술제에서 내건 주제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제주미술제는 특정 단체나 작품의 성향을 떠나 제주섬과 인연을 맺은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제주에서 미술창작을 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든다는 점은 그해 제주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에 작품만 걸어놓고 끝나는 게 아닌가 싶다. 출품작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08년 제주미술계에서 주목받은 작가, 화제의 전시를 다시 불러낼 수 있다. 제주미술의 변화 양상을 주목해줄 지역 평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종종 지적한다. 지역작가의 개성이 한자리에서 펼쳐지는 미술제가 그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제주 곳곳에 흩어진 갤러리와 손을 잡고 색깔이 다른 전시를 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신진작가전, 연말 소품전, 음악이 있는 미술전 등 여러 기획이 가능하다. 12월에 마련되는 만큼 제주미술제는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미술축제로 꾸미기에 맞춤하다.

이같은 몇몇 제안은 결국 제주미술제의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2004년 취소와 번복 소동 끝에 열린 제13회 제주미술제가 '열린 시공을 향한 제주형, 탐라색'을 주제로 내걸며 제주색 탐색이라는 무늬를 뚜렷이 내비쳤지만 그 해로 끝났다. 그같은 주제를 굳이 달지 않더라도 지역작가라면 제주색과 무관하지 않다고 반문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제주미술제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란 물음앞에 확연히 답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을 말하고 싶은 거다. 여느 단체전과 다를 게 없는 전시라면 제주미술제를 따로 찾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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