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40)인천문화당 이삼성 씨 가족

[代를잇는사람들](40)인천문화당 이삼성 씨 가족
"좋은 물건 싸게 판 신용이 자산"
  • 입력 : 2008. 12.13(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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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제주시 중앙로에 '인천문화당'을 창업한 이삼성씨(사진 왼쪽)가 대를 이어 가업을 꾸려가고 있는 아들 이인식 대표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1969년 제주시 중앙로 인근에 문구점 개업
부친이 수십년 일궈온 가업 두 아들이 이어


1970년대 제주시 중앙로 일대 는 검은 교복 차림의 남녀학생들로 넘쳐났다. 학교가 밀집했던 탓이다. 그 학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르던 곳이 있었다. 바로 문구와 사무용품 도소매업체인 '인천문화당'이다.

인천문화당은 1969년 창업후 주고객인 학생층과 40년을 동고동락해오면서 그 명성을 이어오는 곳이다.

창업주 이삼성씨(68)의 고향은 인천이다. 제주와의 인연은 친구를 만나러 오면서 시작됐다. 인심좋고 맑은 제주가 이씨의 맘을 흔들어놨다. 창업하던 해에 태어난 아이가 가업을 잇고 있는 이인식(39) 대표다.

"당시 인천의 문방구에서는 연필 한 자루에 5원이었는데, 제주에선 20원을 받더라구요. 물류비 때문에 비쌌던 거에요."

인천에서의 경험을 살려 제주에서 '인천문화당'이란 상호를 내건 이씨는 박리다매 전략을 썼다. 초반엔 타지인이 제주에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동종업계의 견제도 만만치 않아 맘고생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았어요. 주변에 학교가 몰려있어서 낯익은 학생들은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맞았어요.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손님을 맞고 물건정리를 했지요."

주말이면 멀리 표선, 성산 등에서도 물건을 사러오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게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규모도 여러차례에 걸쳐 확장을 거듭했고, 거래처도 늘었다. 옛 신성여고 자리인 현재 위치로 옮긴 건 1983년이다.

매장에는 약 2만5천점의 상품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 그 많은 물건들이 모두 팔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찾는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 2006년엔 도내 행정기관에 행정·사무용품을 조달할 업체로 선정돼 1천5백여품목을 납품하고 있다.

어릴 적 문방구를 놀이터삼아 지냈던 이 대표는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을 법 했다. 하지만 답변은 예상을 깼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신제품 노트나 연필, 볼펜을 내준 적이 없으세요. 늘 팔다가 남은 재고품만 썼어요. 어린 마음에 신제품이 하도 탐이 나서 아버지 몰래 다른 문방구에 가서 상품을 샀다가 혼났던 기억도 있어요."

문화당을 경영하면서 힘든 고비도 없지 않았다. 10년 전쯤부터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근육이 굳어지면서 거동이 불편해지던 차에 3년전엔 아버지 곁에서 가게를 지키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부모님이 수십 년간 수고와 정성으로 일궈낸 문화당이 제법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지내실만 하자 불행이 닥치더라구요." 절망적인 상황에 잠시 접을까도 고민했지만 마음을 추스렸다고 했다.

40년의 세월은 시장환경도 바꿔놓았다. 컴퓨터 보급이 늘며 문화당 안에 전산용품 전문매장을 냈고, 전산용품이 전체매출의 15% 안팎을 차지한다.

10년 전부터 큰아들인 인식씨와 둘째아들 윤식씨(38)에게 경영권을 내준 이씨지만 지금도 불편한 몸에도 하루에 한 번은 문화당을 찾는다. 맨먼저 하는 일은 매장을 한 번 둘러보는 일이다. 상품들이 흐트러져 있기라는 하는 날엔 불호령이 떨어진다.

매장은 규모를 키워오면서 직원만도 12명에 이른다. 1백50곳의 거래처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배달차량이 매일 도내 구석구석을 누빈다.

"단골손님들은 지금도 아버지 안부를 묻곤 하세요. 결국 아버지가 쌓아온 신용이 문화당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자산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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