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전수회관에 전승이 없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전수회관에 전승이 없다
  • 입력 : 2009. 02.17(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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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년 문화재 전수관
무형문화재 전승 취약해
소리가 나야 존재감 알아


올해로 지어진 지 5년째다. 기대가 많았다. 화산섬이라는 유다른 자연 환경에서 대를 이어온 전통문화의 싹이 한층 높게 자라날 거라 여겼다. 그때만 해도 무형문화재를 이름으로 내세운 유일한 공간이었다.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 인근에 들어선 제주시무형문화재전수회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제주불교의식 전수관이 지어졌고 내달쯤엔 조천읍 교래리에 갓일 전수관이 문을 열지만 제주지역 무형문화재를 아우를 수 있는 전수회관은 이곳 뿐이다.

개관한 지 4개월이 지난 무렵이었다.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이 문만 열어놓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 비하면 나아지긴 했다. 제주시는 몇해전부터 전수회관에서 전통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도 4월부터 11월말까지 탕건 제작, 망건 제작, 제주어, 택견, 제주농요 교실을 개설했다. 하지만 전수회관이 건립된 뜻에 비하면 헤쳐가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얼마전 전수회관을 찾았다. 사라봉에 오르는 시민은 줄을 이었지만 전수회관엔 발걸음이 끊겼다. 새봄에 전통학교가 개설돼야 온기가 생길 듯 했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바닥에 세워진 20여개의 안내판이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망건 제작과 갓일에 대한 설명이 빼곡하게 적혔다. 전시실 간판이 달린 곳엔 주인을 기다리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고 지하 공방 3곳 역시 텅 비어 있다. 수장고엔 제주도에서 발행한 비매품 자료집이 쌓였다.

그동안 전통교육이 개설되는 등 변화도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여전히 공익근무요원 혼자 전수회관을 지키고 있고 눅눅한 기운을 품은 지하엔 공방 간판이 그대로 걸렸다. 지하 공방은 무형문화재 기능 종목 보유자나 전수생이 입주한다 해도 작업이 불가능한 환경이라 개선이 필요했었다.

제주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모두 18개 종목이다. 중요무형문화재까지 합치면 도내 무형문화재는 23개 종목에 이른다. 기회만 있으면 전통문화유산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을 이야기하지만 그에 필요한 문화재 전승 보존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수회관에서 '민요의 보고'로 불리는 제주섬 노동요를 연중 공연하거나 기능 보유자 등이 만든 공예품을 전시할 수 있다. 십수개의 안내판보다 직접 제작한 공예품을 전시하는 게 낫다. 무형문화재 공개 행사를 1년에 한차례 열리는 탐라문화제 무형문화재 축제로 끝낼 게 아니라 전수회관을 발표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은 넉넉치 않다. 상설공연을 하기엔 비좁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작은 규모라도 전승 무대를 꾸준히 이어갈 방안을 세워야 한다. 소리가 나면 무심했던 사람도 발길을 멈춘다. 개관 5년째, 무형문화재전수회관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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