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3 61주년이 되는 해다. 벚나무가 연분홍 꽃을 피워내고 노오란 유채가 제주섬을 뒤덮은 이즈음 다시 4월을 생각한다. 제주섬 안팎의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펼치며 4월을 기린다. 지난해 열린 4·3희생자 위령제. /사진=한라일보DB
4월 3일 평화공원 희생자 위령제
2일 도문예회관 앞마당서 전야제
4·3문화예술 축전· 해원상생굿도
'무자기축년 그 캄캄한 하늘엔 별도 없어라/ 한번 간 당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올망졸망 어린것들만 세상 모르고 잠들었어라/ 찬 기운에 온몸 소스라치는 새벽마다/ 비명에 간 당신 기억 이리도 선연한 건/ 아, 모진 목숨이여/ 어린것들 잘 키우라는 운명이리라// 모든 게 다 어지러운 시국 탓이다/ 살암시믄 살아진다고/ 별도 없는 캄캄한 어둠에 서서 굳은 심지 돋우리라/ 저 팽나무처럼 단단히 뿌리내리고/ 저 바람에 서걱이는 대나무처럼 살아남은 사람들 벗하여/ 살아야 하리라/ 살아남아야 하리라'(김경훈의 '어머니'중에서)
아버지가, 누이가, 고모부가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무참히 죽어야 했을까. 60년이 지나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시 별도봉 어디쯤에서 허옇게 드러난 4·3 당시의 유해들은 조용히 소리친다. 제발 우리가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이곳에 묻혔는지 밝혀달라.
몇해전 4·3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오고 국가공권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 들어 4·3 진상조사보고서를 부정하고 대통령의 사과가 잘못되었다는 목소리가 밀려들고 있다. 4·3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일에 손을 내저을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이 무고한 이들의 희생까지 폭도로 둔갑시키는 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4·3은 여전히 제주사람들에게 눈물나는 이름이다.
어느덧 4·3 61주년이 되는 해다. 벚나무가 연분홍 꽃을 피워내고 노오란 유채가 제주섬을 뒤덮은 이즈음 다시 4월을 생각한다. 제주섬 안팎의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펼치며 4월을 기린다.
제61주년 4·3사건희생자위령제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평화를'이란 이름을 달았다. 4월 3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마련된다. 위령제에 앞서 4·3평화공원 위령탑 주변에 설치한 각명비가 완공돼 제막식을 갖는다.
4·3사건희생자위령제봉행위원회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4·3 전야제는 4월 2일 문예회관 앞마당에서 열린다. 놀이패 한라산의 '삼석울림'을 시작으로 이광수의 비나리, 한영애의 '어머니의 노래' 공연 등이 이어진다. 소설가 현기영씨가 제주섬의 평화를 기원하며 작성한 '평화기원문'을 직접 낭독하며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100명의 합창 단원들이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부른다.
4·3유족회는 4월 2일 4·3평화공원에서 4·3위령제 전야제례를 올린다. 4월 11일에는 4·3유족청년회 주관으로 제주시 동문분수대 광장 주변에서 4·3희생자를 해원하는 연등 띄우기가 예정되어 있다.
제주민예총은 4·3문화예술축전을 펼친다. '피어나라 평화의 꽃'이란 주제 아래 문예회관을 주행사장으로 4월 3일부터 평화음악제, 미술제, 사진전, 청소년 평화축제, 찾아가는 해원상생굿 등을 진행한다.
제주4·3연구소는 이달 31일 증언본풀이 마당을 연다. 이번이 여덟번째다. 한림읍 금악리 양일화씨 등 불바다를 건너온 듯한 4월의 기억속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4·3연구소는 제주민예총과 공동으로 제주국제공항 유해발굴 현장에서 해원상생굿도 벌인다.
4·3도민연대는 해원방사탑제(4월 1일), 어린이 웅변대회(4월 1일), 4·3역사순례(4월 5일)를 주관한다. 한라산 관음사의 4·3원혼천도대재(3월 31~4월3일), 원불교제주교구의 제주4·3희생자를 위한 천도재(3월 29일), 기독교장로회제주노회의 4·3평화예배(3월 29일), 재일본4·3유족회의 재일본4·3희생자 위령제(4월 26일), 4·3평화재단의 4·3문화아카데미(4월 4일부터)등도 61주년 4·3의 의미를 새기는 행사다. 4·3참상의 상징적인 마을인 조천읍 북촌리의 '너븐숭이 4·3기념관'은 이달 31일 문을 연다.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61주년 4·3문화예술축전은 문예회관을 주행사장으로 펼쳐진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평화마당극제.
4월에 피어나는 평화의 꽃을 보라
제주민예총 4·3문화예술축전 4월 3~26일
문예회관 주행사장 세대 넘나든 행사 마련
4월 문예회관 앞마당에 평화의 꽃이 피어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제주도지회(제주민예총)가 주관하는 4·3 61주년 4·3문화예술축전은 문예회관을 주행사장으로 정했다.
4·3문화예술축전은 올해로 16회째를 맞는다. '피어나라! 평화의 꽃'을 주제로 4월 3일부터 26일까지 한달 가깝게 이어진다. 4·3문화예술축전은 어느것보다 먼저 문학, 미술, 음악 등을 통해 대중에게 4·3을 알리고 고난에 찬 역사를 알려왔다. 이번 역시 4·3의 역사적 진실을 세대와 계층의 구분 없이 올곧게 공유하고 미래에 전승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평화음악제
생명평화의 땅을 간구하며 화해와 상생의 울림을 전한다. 홍익보육원 핸드밸콰이어의 연주를 시작으로 이루후제, 장원형·조정호, 노래세상 원, 제주윈드오케스트라, 강허달림 밴드, 고구려 밴드가 무대에 오른다. 라틴음악 재즈 팝 등 다양한 빛깔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평화음악제는 4·3 3세대까지 아우른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평화축제
문화예술을 통한 제주4·3교육의 장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처음 실시돼 청소년들에게 평화와 인권을 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공연·체험·참여 마당으로 꾸며진다. 제주여상의 마칭밴드, 신성여고의 수화 공연, 한림고의 율동, 교사밴드 공연, 납읍초등교의 민요, 더럭초등교의 난타, 대정여고의 풍물이 예정되어 있다. 만화전, 4·3음식 범벅 체험, 염색, 생활공예 체험 등도 펼쳐진다. 사생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4·3연합공연
4·3문화예술축전의 거리굿 행사를 당굿으로 확대 발전시켰다. 제주민예총 연행패와 관람객이 한데 어울리는 행사다. 놀이패 한라산, 풍물패 신나락, 민요패 소리왓, 춤패 두루나눔, 노래패 원, 제주주민자치연대 등이 함께한다. '평화의 바다 정의의 물결'이란 이름으로 진행된다.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
60년동안 울다 지쳐 메말라 버린 섬을 건강한 기운을 품은 곳으로 되살려내는 해원의 예술굿판이다. 옛 정뜨르비행장 인근을 찾는다. 예비검속과 군사재판의 부당함을 안고 숨을 거둔 원혼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발굴 사업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의 차사영맞이를 비롯해 춤패 너울, 사물놀이 마로, 탐라사진가협회, 제주작가회의 등이 공연과 전시를 준비했다.
▶평화마당극제
전국의 광대들이 제주로 모여 4월을 온몸으로 품는다. 부산의 극단 자갈치와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서울 놀이패 한두레, 대전의 마당극단 좋다, 광주의 놀이패 신명, 대구의 극단 함께사는 세상이 어울린다. 제주에서는 놀이패 한라산, 테러제에, 책보금자리가 참여하게 된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철의 김민수씨의 특별 초청공연도 마련됐다.
이들 행사를 포함 탐라미술인협회의 4·3미술제, 탐라사진가협회의 4·3 사진전, 제주작가회의 4·3문학기행이 이어진다. 허영선 제주민예총 회장은 "아무리 세월이 기억을 잊으라 하지만 아무리 어둠이 기억을 덮으려 하지만 우리는 끝내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아직도 더 우리가 말해야할 진실과 정의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라며 '평화와 상생의 마당'으로 초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