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3)보성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3)보성시장
특화된 메뉴로 옛 전성기 살릴'불씨' 지핀다
  • 입력 : 2009. 04.15(수) 00:00
  • 김기현 기자 ghkim@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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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80년대 호황기를 맞은 뒤 급격한 유통구조 변화로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시장의 명맥 유지도 힘들 만큼 손님 발길이 뜸했던 보성시장은 최근 특화된 메뉴로 옛 전성기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재래시장 명맥… 서민 먹거리로 유지
'돼지·닭·떡' 메뉴로 완벽 경쟁력 시동
방문객 모두에게 정성·상인 교육 노력 병행

보성(甫誠)시장은 다른 재래시장들과 비슷한 '영업전력'을 보여왔다. 지난 1970~80년대 호황기 이후 급격한 유통구조 변화로 90년대 후반들어서는 시장 명맥 유지도 힘들 만큼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본보 '향토시장' 기획물로 직전에 게재되었던 서문시장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 현재 98개 점포 가운데 25개가 빈 점포로 남아있고 그나마 현 영업 점포도 현상유지에 급급한 정도라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그럼에도 보성시장 내 순대전문 식당과 닭집 등 일부 메뉴의 경우 변함없는 인기를 보인다. 특화된 메뉴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유통시장의 대변화 속에서도 재래시장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보성시장은 제주시 이도1동 중심지(광양로터리 북측)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는 꽤 사람들로 북적였다. 건물내에 각종 먹거리와 양품부 등이 들어선데다 건물 밖으로는 식료품 점포와 술집들이 들어서면서 대학생에서부터 직장인, 일반시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터였다.

상인들로부터 잘 나가던(?) 시절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시 상황을 쉽게 그릴 수 있다. "대학생들의 경우 지난 80년대만 해도 낮부터 밤까지 주로 애용하는 먹거리 장소로 보성시장을 꼽았고, 날마다 시장통이 북적일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현재 제주시청 인근 '대학로'가 나오기 이전이었으니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단골 손님 중에는 당시 학생들이 옛날을 떠올리며 많이 찾아온다. 주요 얘깃거리를 들어보면 당시 시장통에서 어울리던 사연들 아니면 살아가는 세상사들"이라고 상인들은 귀띔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호황시절을 맞던 보성시장 점포 구입비는 1평(3.3㎡)당 1300만원을 호가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보성시장 인기가 얼마나 '상한가'를 기록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보성시장이 지난 90년대 후반들어 맞은 불황 여파는 무엇보다 시대적·사회적 변화상이 크게 작용했다. 대형마트 등장으로 소비자 취향이 재래시장을 완전히 외면하는 시절을 맞았고 공공기관 이전 및 인구이동으로 인한 상권의 이동은 제주시 구 도심권에 위치한 재래시장으로선 '직격탄'일 수밖에 없었다. 날이 갈수록 폐업하는 점포가 늘었고 저녁시간이 되어도 시장을 찾는 발길은 뜸해 상인들의 한숨이 높아만 갔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뭇 시선을 받는 점포도 적지 않다. 20여년째 보성시장에서 튀김닭을 판매하는 나주닭집 최순희(72) 할머니. 평범한 닭집이면서 직장인·학생·주부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최 할머니는 장사비결을 묻자 "정성들여 맛있게 튀기고, 적당한 가격에 양을 넉넉하게 주는 것 외에 비결이 특별히 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아들·며느리가 닭집 운영을 계속 맡기 위해 전수 중이라고 한다.

문옥권 보성시장 상인회장(제주특별자치도상인연합회장)은 시장의 향후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보성시장은 먹거리시장으로서 기존 순대와 닭고기 외에 조만간 흙돼지와 떡을 메뉴로 한 영업점을 유치해 전체적으로 특화된 메뉴 시장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 주차장 확장을 위해 지하공간과 건물 밖 삼성혈쪽 주차공간 확장을 추진하는 한편 식료품 점포를 위한 비가림시설도 추진 중이다."

특히 그는 "재래시장 상품권 이용고객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찾아오는 한 분 한 분에게 질좋은 상품,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장 중요한 만큼 상인 교육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성시장은…]72년 개장 상당기간 호황

(주)보성시장은 지난 1972년 3월 6일 제주시 이도1동 광양로터리 북측 500m(삼성혈 남서쪽) 현 위치에 개장되었다. 규모는 대지면적 1682㎡,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998㎡로 철근조 슬라브 구조로 지어졌다. 당초 층별 용도는 지하 1층 주차장, 지상 1층 음식점과 여러 점포로 먼저 선보였다. 이후 1980년대초에 지상 2~3층을 증축해 보성볼링장 또는 양품부로 사용되어오다 2~3층은 폐쇄되고 주로 1층만 사용해오면서 적쟎이 노후된 건물구조를 보이고 있다.

위치상 제주시 이도1동의 중심지인데다 인근 지역에는 삼성혈 오현단 등의 관광문화 유적지를 비롯해 광양초등교, 삼성초등교, KT제주지사, 제주은행 본점 등 주요 시설과 40여개 병·의원이 산재해 있어 한때 상거래의 요충지로 역할을 해왔다.

또 보성시장은 시기적으로도 지난 1970년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성공적 추진에 따라 전국적으로 산업시설이 왕성하게 갖춰지고, 상품생산 증가 및 교통원활 등으로 유통구조도 새로운 변혁기를 맞을 즈음 선보여 상당기간 호황을 맞으면서 기성세대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순대전문 10여년 산호정식당 고재일씨 "맛있으면 손님은 절로 찾아와요"

"장사는 '입소문'이라고 봅니다. 가격 저렴하고 맛 좋으면 손님이 저절로 찾아 옵디다."

보성시장에서 순대식당을 10여년째 운영하는 산호정식당 대표 고재일(53·사진)씨의 단순한(?) 장사 비결이다.

고씨는 그동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오다 어깨 너머 배운 순대 만드는 법을 밑천삼아 보성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동안 고생도 많았지만 날이 갈수록 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로 어려움도 잠시 머물 뿐이었다.

고씨는 영업비결에 대해 "최근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작년 이후 올해까지 식당을 찾는 손님은 더 늘어난 것 같다"며 "돼지부산물을 철저히 손질하고 맛있게 순대나 머릿고기 등을 삶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니 고객들이 절로 찾아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그녀는 "옛날부터 대부분 서민들이 즐겨찾는 시장인데다 순대 등의 메뉴도 서민에게 어울리기 때문인 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보성시장하면 돼지부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연상하기 때문에 지금도 '한 잔'하러 오시는 손님 못지않게 잔치집, 상가집 또는 대학생 행사 등에 단체로 주문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 주말·휴일에는 일손이 달릴 정도"라고 전했다.

고씨는 그러나 "보성시장이 먹거리 점포는 괜챦은 편이나 나머지 점포는 날이 갈수록 빈 점포가 늘고 있고 여전히 주차장시설이 협소해 고객유치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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