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24)마당판 노래꾼 이정섭씨

[이 사람이 사는 법](24)마당판 노래꾼 이정섭씨
"음악은 힘든 세상 나를 버티게 한 힘"
  • 입력 : 2009. 07.04(토)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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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말하는 이정섭씨는 앞으로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털어놨다. /사진=이승철기자

기타 치며 기쁨 · 슬픔 나눠 온 30여년
한때는 잇단 사업실패로 힘든 나날도
"보육시설 어린이에 희망노래 하고파"


사람의 기억속에는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산다. 팍팍하고 힘든 세상을 견뎌낼 수 있는 힘, '향수'가 있어 그렇다.

장맛비가 추적추적하게 내리던 6월의 마지막날인 30일. 어스름이 내려앉는 저녁 무렵 제주시 이도동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비틀즈에서 김광석까지'를 찾았다.

30~40대 '연어'를 맞이하는 카페지기 '마당판 노래꾼' 이정섭(50)씨는 말한다.

"음악은 거창하지 않지만 힘겨운 세상에서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고교시절 선배를 통해 처음 접한 기타는 30여년동안 인생의 동반자였다. 기쁨을 나눌 때도, 고통과 슬픔을 나눌 때도 언제나 기타는 그의 곁에 자리했다.

오랜 시간을 기타와 함께 하면서 많은 시련을 겪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기타교실을 접고 2000년 제주시 삼도동에 카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일명 사람꽃)를 열었다. 작가회의, 소리왓, 한라산 등 문학이며 미술, 민요, 마당극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였던 사람꽃은 이씨에게 행복과 함께 절망을 안겨준 장소다.

열린 문화공간으로 도내 예술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통공간을 접으면서 그는 폐인의 지경까지 갔다. 자신이 아끼던 레코드판 3000장도 고스란히 남겨두고 나왔다. 연이어 가정이 파탄되고 중국집 개업도 10개월을 넘기지 못해 문을 닫았다. 잇단 사업 실패로 당시 40대 후반에 음식점 배달원으로 막노동으로 전전하며 세월을 보냈다. '끝이다. 내 인생은 이젠 끝이다'라며 인생을 포기할까하고 수백번 마음을 고쳐먹어야 했다.

그러나 50줄에 들어서면서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힘든 세상을 버텨내게 하고 있다. 녹록치 않았던 경제사정으로 가정이 파탄나면서도 기타를 놓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세상 한복판에서 쓰러질 것 같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지난해 이맘 때쯤 이 곳 카페를 다시 열었다.

기타를 들쳐매면 그는 선굵은 목소리를 내뿜는다. 기타의 울림통에서 퍼지는 애잔함이 그의 인생과 닮았다.

도내 10여명 내외의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활동중이다. 이씨도 그 중 한사람일 뿐이다. 바람도 소박하다.

"좋은 음악을 찾아 들려주고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픈 것이 전부다. 힘이 허락되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보육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배워주고, 그리고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향수를 찾는, 각박한 세상살이에 질식된 30~50대의 '연어'들에게 '액센트'를 튕겨주는 사람이다.

"무대가 아닌 손님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면서 노래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상만사가 모두 잊혀진다. 신청곡도 그자리에서 받고 잊혀져 가는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게 큰 보람이다. 그래서 '마당판 노래꾼'으로 언더그라운드 가수로서 만족한다."

절망의 바닥에서 재기를 꿈꾸며 -'하늘의 명을 알았다(知天命)'- 그는 자신이 택한 '외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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