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관광기념품, 그 지리한 해법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관광기념품, 그 지리한 해법
  • 입력 : 2009. 08.04(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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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관광지 제주기념품
육성 조례 실행도 좋지만
섬 문화 특이성 보존부터


무엇을 선물할까 궁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슨무슨 기념일이나 연말이 아니어도 자그만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곳이 있다. 지난달 그런 일이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날 이들이라 제주도의 '향기'를 전하는 선물이었으면 했다. 관광기념품 가게 두어곳을 찾았다. 돌하르방, 동자석, 감물염색천 소품, 감귤초콜릿, 찻그릇…. 가게는 달랐지만 품목에 크게 차이가 없었다. 짐을 꾸릴 때 부담이 없도록 몸집이 작으면서 제주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는 기념품을 찾았지만 그 대상이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렵사리 몇가지 골랐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선물 포장이다. 그중 한 곳에서 구입한 허벅 모양 그릇을 '날 것'인 채 종이가방에 담아줬기 때문이다. '뽁뽁이'로 불리는 파손방지 비닐로 친친 감싼 게 전부였다. 판매 직원은 제작업체에서 따로 포장 용기를 제공하지 않아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해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제주. 관광기념품을 둘러싸고 그간 여러 불만이 나왔고 그 양에 비례한 해법도 많았다. 관광기념품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제주 관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임에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반복됐고 업체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런 중에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기념품 개발 및 육성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주관광명품, 제주관광명장, 우수업체 선정 등 '관광기념품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제정됐다. 근래에 관광기념품 조례가 실질적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 있어 보인다.

관광기념품은 방문지에서 길어올린 또하나의 추억이다. 그래서 '제주'라는 이름 하나 새겨진 티셔츠에도 지갑을 열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왜 그런가. 제주에서 만난 삶과 풍경이 관광객들의 가슴에 물결처럼 밀려드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오키나와 외딴 섬들의 관광기념품은 소박했지만 그 섬에서 마주한 풍경을 옮겨놓은 것들이었다. 섬에서 쓰던 상형문자가 프린팅된 손수건, 물소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 전통직물로 만든 동전지갑. 그 섬을 빠져나오면 살 수 없는 '한정품'이란 공통점도 있다.

제주섬의 문화나 풍토가 그 특질을 유지할 때 그것이 고스란히 기념품에 반영된다. 관광기념품은 독창적인 생각이나 예산 지원만으로 '명품'이 될 수 없다. 관광객 발길이 머문 마을마다 특유의 무늬가 있어야 한다.

가령 제주시, 서귀포, 우도, 성산포는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주소를 쓰지만 어딘가 다르다. 탐라문화제때 읍·면에서 달리 내보이는 민속놀이를 떠올려보자. 서귀포 천지연폭포에서 파는 관광기념품과 성산일출봉의 그것이 같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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