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7)제주도립미술관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7)제주도립미술관
숨비소리처럼 토해내는 섬의 미술
  • 입력 : 2009. 08.20(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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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도로변에 들어선 도립미술관 전경.

빛·바람·소리 변주된 개관 기념작품 9월까지 전시

공립미술관의 맏이 역할 … 전문인력 확충 등 과제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따거운 햇살이 대지를 달구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 앞바다의 파도 소리라고 했다. 일렁이는 파도도 섬의 특질을 닮아가는 것일까. 망망대해 홀로 떠있는 섬의 외로움이 비쳐드는 듯 파도가 운다.

커다란 원형 설치물 안에 놓인 한국작가 릴릴의 '고요한 항해-한반도'. 무사히 바다를 건너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지역미술관의 순항을 이끌어야 하는 공간이 있다. 지난 6월 제주시 신비의 도로변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다. 미술관은 4개 분야 개관 기념전을 열고 있다. '섬, 제주'가 그곳에 있었다. 바다를 늘 마주하고 사는 섬의 운명이 배어난다.

'숨비소리'로 이름붙여진 국제전은 결국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흑인 발레리나가 '백조의 호수'를 추고, 검은 그림자가 숲속을 거닐며, 커다란 생명체가 호흡을 한다. 신문지위에 초록빛 싹이 자라났다 사그라들고, 지구본 같은 형상엔 성산일출봉이 담겼다. 이들 작품은 관객을 붙들고 말을 건넨다. 제주섬의 지순한 환경이 빚어낸 빛, 바람, 소리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일상의 호흡을 가다듬게 만든다.

▲'제주 대표 미술관'을 표방하는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전에 나온 작품들은 지순한 섬의 바람, 물, 빛, 소리 따위를 품고 있다. 김기철의 '소리보기-비'

▲릴릴의 '고요한 항해-한반도'

피난 시절 제주에 머물렀던 원로 화가 장리석의 작품은 원시성을 품었다. 해녀 '차돌어멍'으로 은유되는 여인의 모습은 오래전 거친 바다를 헤쳐갔을 이 땅의 사람들이다. 개발 바람이 불어닥치기 이전, 제주의 삶과 풍경이 아마 그럴까.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은 마땅히 미술관을 지켜야 할 전시다. 작고 작가에서 신진까지 제주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두 차례로 나눠 전시를 기획했다. 지금 미술관을 찾으면 1980년대 이후 제주미술의 행로를 읽을 수 있다.

또다른 공간인 시민갤러리는 아이들의 몫이 되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 등 25개국의 아이들이 그렸다는 그림이 '세계 어린이 환경 미술제'로 한데 묶였다. 이곳은 9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개관전이 끝난 뒤에 어린이미술관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박형근의 '텐슬리스-61. 세번째 달'

▲이성은의 '숨비소리'

미술관이 문을 연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주말엔 일일 관람객이 1000명을 웃돈다. '제주 대표 미술관'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지만 과제가 적지 않다. 개관 이전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되었듯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해보인다. '숨비소리'전을 비롯해 개관 기념전을 성공적으로 치른다고 해도 그 이후의 기획전을 누가, 어떻게 끌어가느냐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 등 문화공간의 변화에 발맞춘 프로그램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소암기념관 등 앞서 생겨난 공립미술관의 '맏이'노릇을 하기 위해선 '대표 미술관'의 격에 맞는 안정된 조직이 필요하다.

김남근 도립미술관 초대 관장은 "미술관 운영조직이 미흡한 만큼 단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역의 대표 미술관으로 미술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평생학습공간이자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7~9월). jmoa.jeju.go.kr. 710-4300.

▲빌 비올라의 '의식(Observ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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