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미술관의 시민갤러리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미술관의 시민갤러리
  • 입력 : 2009. 09.22(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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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 조성 꿈
대관 전시에 영향 받나
색깔 찾기 외풍 없어야


지난 6월 개관한 제주도립미술관이 '대관 전시'의 물꼬를 튼다. 준비된 것이라기보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지난 8월 월간 미술세계가 김만덕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었던 '제주의 빛' 앙코르 전시장으로 제주도립미술관이 정해졌다.

'제주특별자치도립미술관 설치 및 운영조례'에 따르면 제주도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소암기념관 등 5개 도립미술관 대관과 관련 '도지사는 미술관의 자체 전시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미술작품 전시 및 문화행사 등을 위하여 미술관 시설을 대관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실제 이들 미술관이 외부에 전시실을 빌려주는 사례는 드물다.

전국의 시도립미술관도 다르지 않다. 분관 형식으로 전시 공간을 넉넉히 두고 있는 몇몇 공립미술관을 제외하면 자체 기획전, 상설전을 통해 미술관을 가동한다. 더러 블록버스터 전시처럼 변형된 대관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번에 '제주의 빛'전이 열리는 곳은 시민갤러리다. 115㎡ (35평) 규모로 아담한 공간이다. 현재 개관기념전의 하나로 세계어린이미술제가 진행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제주의 빛'전 주최측은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이곳을 빌려쓴다. 전시실 크기가 적어 출품수가 서울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본보에 연재중인 '제주섬 박물관 순례'에 제주도립미술관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때 미술관측은 시민갤러리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시민갤러리가 도민 참여 전시공간을 표방하긴 했으나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펼쳐놓는 곳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기반시설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여서 시민갤러리가 그것에 맞춤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컸다.

'제주의 빛'전은 제주 작가들이 김만덕의 나눔 정신에 동참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주도립미술관도 그같은 배경을 고려해 전시실을 빌려주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마침 개관기념전이 이달 30일이면 마무리되고 차기 전시까지 일정이 비어있는 점도 작용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제주의 대표 미술관'에 걸맞는 조직을 갖추지 못한 채 출발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뒤늦게라도 기획전 방향부터 내부 대관 방침까지 차근차근 밑그림을 그려가야 할 때다. 미술관의 색깔을 빚어가는데 외풍이 있어선 안된다.

덧붙여, 도지사의 대관 허가를 받도록 한 조례 내용은 '오버'아닌가. 도립미술관 관련 조례에는 소장품 수집과 관리, 전시실 운영과 관람 등 모든 항목의 결정권한을 '도지사'에 뒀다. 명목상의 조항일 뿐이라고 하지만 공립미술관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례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도지사'를 '관장'으로 바꿔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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