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단풍과 억새 물결로 발길닿는 곳마다 장관

드라이브하고 낙엽 밟으며 제주 가을풍경 만끽


한라산 산허리가 오색옷으로 갈아입으며 가을이 번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론 제법 찬기운이 밀려온다. 한라산엔 예년보다 일찍 첫눈이 내렸다. 겨울이 가을을 밀어내려 하고 있음이다.

하지만 가을 햇살 아래 펼쳐지는 제주의 풍경은 가을의 참맛을 발산하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노랗게 익은 감귤과 중산간 곳곳에서 마주치는 은빛 억새 군락은 가을의 서정을 잘 보여준다. 억새는 바람따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억새를 찾아나선 이들을 유혹한다. 제주의 명물인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과 눈부시게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난 억새는 환상의 섬 제주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는 이 계절이 아쉽다면 이번 주말 가을 속으로 잠시 드라이브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드라이브 천국인 제주에선 도로가 잘 뚫려 있어 도심에서는 일상이 돼버린 교통체증 없이 여유롭고도 시원하게 누빌 수 있다.

또 황급히 돌아서는 가을을 추억에 남기려면 낙엽을 밟아보는 것도 괜찮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노라면 들뜬 마음마저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는 길 가운데 한 곳이 비자림로다. 제주시 5·16도로변에서 동쪽으로 구좌읍 평대리까지 20㎞ 넘게 이어지는 도로는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숲과 억새꽃이 우거져 숲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삼나무군락이 내뿜는 피톤치드향을 맡을 수 있는 산림욕도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고 서귀포쪽으로 가다 아라동 산천단을 바로 지나 우회전해 들어서는 관음사 코스도 드라이브하기엔 안성맞춤인 도로다. 1100도로와 맞닿는 지점까지 약 9㎞ 길이의 도로는 신비의 도로~ 관음사 야영장~탐라교육원으로 이어지는데 도로 양옆으로 노랗고 빨간 단풍과 더불어 억새물결이 일렁이며 장관을 이룬다. 1100도로를 1㎞ 남짓 남겨둔 지점에서 제주시내를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전망대에서 한 숨 돌리는 맛도 일품이다.

또 이 도로를 달린다면 관음사에 한 번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이 곱고, 폭신한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가을 속으로 빠져들기엔 그만이다.

탐방객들이 "어느해보다 곱다"는 감탄사를 쏟아내는 한라산 단풍을 미처 만나지 못했다면 1100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즐기는 드라이브의 즐거움은 꿀맛과 같다. 그러나 드라이브시 주의할 게 있다.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인 도로들은 거의가 편도 1차선에다 꾸불꾸불하고 곳곳에 급커브도 있어 천천히 안전운행에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