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부터 제주 시행
문화 분야 직위 신청 없어
문화의 시대 인식 전환을
'문화가 강한 제주'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무대 중앙에 그렇듯 큼지막하게 써놓았다. 제주도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 '온리 제주'와 함께. 지난 21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에서 세계자연유산 제주 미술전 막이 올랐다. 찬바람 부는 날씨에도 문화계 인사와 마을 주민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문화가 강한 제주'는 바로 개막식 현장에 걸린 글귀였다.
이날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문화예술의 힘을 강조했다. 제주가 지닌 다양한 자원이 문화예술의 이름을 통해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취지의 인사말이 나왔다. 맞는 말이다. 근래에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섬 제주'의 남다른 문화자원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유산 제주에 향기를 더할 수 있는 게 바로 문화의 역할일 것이다.
그 중심에 제주도의 문화정책을 꾸려갈 사람이 있다. 지역 문화행정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누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제주도는 문화행정가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방행정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직위제 운영에 문화 분야는 눈길을 두지 않고 있어서다.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전문직위제는 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갈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작지만 일 잘하는 조직시스템을 꾸려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발을 뗐다. 국제 분야 전문관, 핵심 분야 전문관으로 나뉜다. 운영계획에 따라 전문직위제 직위 신청이 이루어졌고 2009년 11월 현재 6개 직위 9명이 전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투자유치, 예산총괄, 법제심사, BT 산업, 신재생에너지, 도시계획 영역에 이들 전문관이 발령됐다.
이중 핵심 분야 전문직위는 장기간 직무 경험과 특수 전문성이 요구돼 장기 근무가 필요한 직위,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경쟁력이 특히 요구되는 직위, 중요도가 높지만 기피되는 업무로 전문성 제고가 필요한 직위 등에 두기로 했다. 계약·별정직을 제외하고 도는 6급 이상, 행정시는 7급 이상 직위를 대상으로 한다.
전문성을 따진다면 문화 행정은 여느 분야에 뒤질 게 없다. 그 지역의 고유한 빛깔을 그려내고 알리는 일에 문화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국제화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문화 정책은 표시가 안나지만 지역 주민의 감수성을 키우고 삶의 향기를 더해가는 일을 맡는다. 문화 분야 공무원의 전문성이 높을수록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교감하고 일관성있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관련 부서는 웬일인지 전문직위제 운영을 외면했다.
전문직위제 운영의 단점도 있겠지만 문화행정 전문성에 따라 문화예술계의 체감도가 달라진다. '문화가 강한 제주'를 만들기 위한 문화 분야 전문직위제 활용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