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9)행원리

[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9)행원리
제주 역사·유배문화에서 해양·지질자원까지 다양
  • 입력 : 2010. 02.12(금)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는 예전부터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풍차마을로 알려졌다. 유산마을로서의 핵심자원은 부족한 편이지만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역사· 유배문화와 해양문화의 축소판인데다, 지질자원과 신재생에너지 관련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행원마을 전경. /사진=한라일보 DB

어등포는 광해군 유배 첫 기착지로 ‘제주8경’중 하나
마을 자원 및 풍차단지와 연계한 발전전략 마련돼야


행원리는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풍차마을로서 예전부터 알려졌다. 유산마을로서의 핵심자원은 부족한 편이지만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역사·유배문화와 해양문화의 축소판인데다, 지질자원과 신재생에너지 관련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신석기시대부터 삶의 흔적이 나타난다. 기원 이전부터 이 마을을 무대로 사람들이 살아왔다. 본격적인 설촌 연대는 조선 초기부터로 알려진다.

예부터 '어등포'라 불리면서 항포구로서의 입지가 뛰어났던 행원리는 조선 중엽에는 왜구를 방어하는 거점마을로 군사방어의 요충지였다. 1637년(인조 15년) 6월6일 광해군이 제주로 유배당할 때 첫 기착지이기도 했다. 어등포는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항포구를 낀 해안경관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다. 이형상 목사가 남긴 '탐라록'에 '어등포의 저녁 모습은 제주8경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하고 있을 정도다.

▲물질을 준비하는 행원리 해녀. /사진=한라일보DB

이 마을은 역사자원과 당신앙 및 해녀문화, 해양자원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규모 용암동굴이 확인되지 않는 대신 해안가에는 화산분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용암호와 투물러스, 밧줄구조 등이 발달해 있어 야외지질학습장소로 최적이다.

역사자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제주도기념물 제49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환해장성이다. 방어유적의 하나인 환해장성은 현재 310m 정도 남아있다. 제주도내 환해장성 가운데 성의 구조가 가장 양호하게 남아있는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마을은 4·3 당시 수십 명의 희생자가 발행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1998년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하고 4·3희생자위령탑을 세웠다. 희생자 93위를 모신 위령탑은 제주도내 마을 단위로는 최초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도내 마을단위로는 처음 세워진 행원리 4·3위령탑. /사진=한라일보DB

행원리는 다른 마을에 비해 비교적 넓은 바다밭을 끼고 있다. 사람들은 드넓은 바다밭을 무대로 거친 삶을 이어왔다. 해녀와 관련된 흔적, 물질하는 과정에서 불렀던 해녀노래(제주도무형문화재 제1호) 등이 잘 전승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을에서 다양한 제의행위가 여전히 행해지는 것도 사람들의 이러한 삶과 무관하지 않다. 마을에는 포제단과 본향당, 남당 등 당신앙과 관련된 신당이 남아있다. 요왕제 등이 세시에 따라 행해지는 등 1만8천신들의 고향 제주의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 들어선 행원풍력발전 단지는 바람 많은 섬 제주를 상징하는 또다른 자원이다. 육상양식단지와 구좌농공단지가 들어서 있고, 신재생에너지 홍보관과 국내 첫 국제규격을 갖춘 폴로승마장이 조성되는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행원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마을 자원들을 활용한 유산마을로서의 발전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원형이 잘 남아있는 행원리 환해장성. /사진=한라일보DB

이 마을의 역사문화자원과 자연자원은 대부분 해안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즉 환해장성과 풍차단지, 육상양식단지, 광해군 기착지, 신당과 포구 등이 해안가를 따라 형성돼 있어 자연스런 체험코스가 될 수 있다. 여기에다 마을 돌담과 올레 등을 묶는 마을 탐방코스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역사와 해녀문화 체험 등 볼거리와 육상양식단지 이미지를 살린 광어어시장코너 마련, 풍차단지가 상징하는 신재생에너지 체험 등은 다른 유산마을과는 차별되는 행원리만의 장점이다. 이러한 유·무형의 다양한 자원들을 어떻게 묶어내고 활용하느냐에 유산마을로서의 행원리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경희 이장은 "행원리는 다양한 마을자원들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마을 자체적으로 세계유산 이미지를 활용한 발전계획을 구상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원리 박경희 이장 "마을 활성화방안 찾고 이미지 제고 위해 노력"

"행원리는 풍차마을로서 알려지고 있지만 이제는 여기에 덧붙여 세계자연유산마을로서 이미지를 높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유산마을 관련 시책은 세계자연유산을 통해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마을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기를 주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박경희 행원 이장(사진)은 광해임금의 제주유배 첫 기착지로서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있고, 넓은 청정바다와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단지를 비롯 최대규모의 수조식 육상광어양식단지가 들어선데다, 가장 깨끗한 향당근 생산지라며 마을을 자랑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 이장은 "마을 자체적으로 유산지구를 찾는 탐방객과 주변 폴로경기장 이용객 및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 구상을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며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행원리만의 자원과 특색을 살린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광어 등을 활용한 안전하고 싼 먹거리 장터를 개장하는 등 주민들의 소득증대 방안 등을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박 이장은 "세계자연유산 주변에 있는 목장지와 마을 부지에 휴양시설이나 휴양림을 조성하는 등 자체사업 또는 사업유치를 통한 활용이 마을 현안중의 하나"라며 "이러한 계획이 성공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재정적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을 목장지와 부지가 세계유산지구와 만장굴 지역에 인접해 있어서 사업 유치나 매각에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행정당국에서 토지를 매입하거나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