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7)성산리

[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7)성산리
세계적 지질명소…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땅
  • 입력 : 2010. 02.08(월)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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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리는 일출봉으로 대변되는 지질자원과 생태자원, 역사문화자원 등이 풍부하다. 조선시대에는 외적을 방어하는 전략기지로 방어의 거점이었고 항만이 발달하고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일제 식민지 당시 성산은 산남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번창했었다.

지질·생태·역사자원 불구 단순 관광지 머물러
전시관 등 체험시설 늘려 통해 체류여건 절실


일출봉이 자리한 성산리는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없는 마을이다. 예부터 영주십경 중의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최고의 해맞이 장소인 일출봉은 그 자체가 제주관광의 아이콘이었다.

일출봉은 오랫동안 제주도민과 함께 호흡을 해왔지만 이제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구촌의 보물이 됐다. 수려한 자연을 무대로 이 마을 주민들은 삶을 이어왔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땅이 바로 성산포라 할 수 있다.

성산리는 일출봉으로 대변되는 지질자원과 생태자원, 역사문화자원 등이 풍부하다.

이 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1800년대 초반이다. 그렇지만 마을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성산 지역은 군사요충지로 주목됐다. 조선시대에는 외적을 방어하는 전략기지로 방어의 거점이었다. 항만이 발달하고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일제 식민지 당시 성산은 산남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번창했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세계자연유산 일출봉은 태평양전쟁 말기 자살특공기지로 이용됐다. 일출봉 서남쪽 사면에는 당시의 흔적을 보여주는 동굴진지 18곳이 있다. 4· 3당시 우뭇개 일대에서는 수십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수려한 경관의 이면에는 이처럼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것이다.

▲일출봉 서남쪽 사면에 있는 동굴진지 /사진=강경민기자

최근 이 마을에는 새로운 명소가 하나 만들어졌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유명한 이생진 시인의 시비가 세워진 것이다. 시비는 일출봉 자락 우도가 빤히 바라다보이는 올레코스에 자리하고 있어 답사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성산바다에서 볼 수 있는 해녀물질공연과 1994년부터 시작된 일출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이처럼 역사문화 자원이 많지만 성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일출봉이다. 일출봉은 성산리의 전부, 아니 제주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자체가 화산이 탄생과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산지질학 교과서다. 전세계적으로 수성화산체를 대표하는 곳으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성산포만 습지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등 희귀조류와 철새들의 서식처로 이름이 높다. 제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것이다.

성산리는 다른 마을이 부러워할만한 많은 자원들을 갖고 있지만 고민은 많다. 무엇보다 일출봉을 찾는 방문객들이 체류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거쳐가는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문제다. 체류형 관광지로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등을 갖춰야 한다. 이와 관련 화산분출과 형성과정 뿐 아니라 역사까지도 볼 수 있는 가칭 '일출봉 지질·역사전시관' 같은 시설도 검토할만 하다.

▲일출봉자락 우도가 보이는 올레코스에 자리잡은 '그리운바다 성산포'로 유명한 이생진 시인의 시비.

성산리는 여타 세계유산마을과는 달리 일출봉을 비롯 유·무형의 주요 자원이 생활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때문에 마을의 활성화는 일출봉을 비롯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국적불명의 마을 분위기와 경관은 하루빨리 정비를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았던 곳인만큼 마을 공방 등을 만든다거나, 소규모 공연장 운영, 철새도래지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도 제시된다.

동굴진지가 있는 일출봉 서쪽 사면은 화산분출과 형성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로 꼽힌다. 이를 아픈 역사현장과 연계시킨 지질·역사답사코스를 개발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지적된다.

정영기 이장은 "많은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마을발전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전문기관과 행정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산리 정영기 이장 "국내외 방문객과 함께 하는 세계유산마을 되도록 노력"

"성산리는 연 2백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자연유산 마을이기에 어느 관광지보다 깨끗하고 친절하고 바가지 상혼이 없는 마을로 기억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사진)성산이장은 "일출봉을 찾는 관광객들이 쾌적한 가운데 세계자연유산을 만끽할 수 있어야 마을도 활성화 된다"며 "유산마을로써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주민 모두가 관광도우미가 되어야 한다는 자세로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출봉이 있는 제주올레길 제1코스이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끼고 있고, 이생진 시비라든가 해녀물질 공연이 상시 이뤄지는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고 자랑했다.

정 이장은 그렇지만 "일출봉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따른 개발제한으로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송신전파에 따른 피해와 미관을 해친다며 마을에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온 송신소 문제라든가, 일출봉 주차장 이설 등 여러 가지 마을 현안도 쉽게 풀리지 않아 발전계획을 세우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일출봉과 맞닿아 있는 성산리의 특성상 저탄소 녹색성장에 준하는 마을거리, 올레길 정비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정 이장은 마을법인을 설립 체류형 관광을 통한 주민소득 방안이나 청정환경에서 생산하는 해산물 등을 이용한 전문소득상품 개발 등을 마을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기관 용역을 통한 마을발전계획 수립 등이 필요하다며 일출봉을 찾는 관광객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유산마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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