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4)덕천리

[유산마을에서 미래를 찾는다](4)덕천리
'오름이마을'이자 용암동굴의 고장으로 입소문
  • 입력 : 2010. 02.01(월)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덕천마을의 초가와 돌담. /사진=이윤형기자

습지 발달·자연유산마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
마을자원·먹을거리 연계한 체험코스 모색할 만

세계유산마을 덕천리는 전형적인 중산간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한때는 제주의 대표적인 불놓기 축제인 들불축제 무대였던 너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군데군데 솟아있는 오름이 경관적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이 마을은 개발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제주의 정취를 간직한 돌담과 초가들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리적으로 이 마을은 세계유산마을을 연결하는 요지에 위치해 있다. 선흘1, 2리와 김녕리 월정리 행원리 등 5개 마을을 이어주는 도로가 사통팔달 뚫려있다는 점은 유산마을로서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마을은 아직까지 대규모 유적이나 유물산포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대신 예부터 기와가마 터전이었다. 4·3사건 이전만 해도 덕천리 와요지에서 생산된 기와로 제주 동부지역 기와집을 충당했다고 한다. 또한 성읍향교 기와가 덕천산이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와요지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지만 덕천리는 제주도 기와가마의 중요한 산지중의 하나였다.

마을에는 덕천 본향당과 송당에서 갈라져나온 웃산전 사라흘당 등 주민들의 신앙세계를 보여주는 신당도 잘 남아있다. 꿩메밀칼국수나 꿩엿, 고사리요리 등은 덕천리에서 맛볼 수 있는 제철 별미음식이어서 이를 전통음식으로 되살려내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이 마을은 4·3 당시 한바탕 난리를 겪는다. 당시 100여호에 불과했던 이 마을에서 25명 내외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네 집에 한명꼴로 희생당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마을은 오름과 동굴, 습지의 마을로 표현할 수 있다. 마을에는 선흘리와 경계를 이루는 거문오름을 포함해서 어대오름 주체오름 북오름 식은이오름 체오름 거친오름 등이 있다. 이처럼 오름이 많다보니 최근 들어서는 '오름이마을'로 알려지고 있다. 오름은 저마다 다양한 지형·지질적 가치와 생태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오름을 활용한 트레킹코스를 개발하는 등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태다.

오름 이외에 덕천리에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북오름동굴을 비롯해 웃산전굴 등 용암동굴 10개가 분포하고 있다. 단일 마을에 용암동굴 10곳이 자리하고 있어 덕천리는 가히 용암동굴의 고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마을의 대표적 습지로 꼽히는 눈쌓인 모산이물의 겨울 풍경.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의 동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천동굴이나 당처물동굴은 동굴 내부의 절대적인 보호를 위해 일반인들은 관람할 수 없는 상태다. 만장굴 등은 공개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분 개방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동굴체험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덕천리에 소재한 동굴은 개방을 통해 세계유산 제주의 비경을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곧 세계자연유산의 활용과 마을 활성화라는 차원에서도 검토할 만하다.

용암동굴이 발달하다보니 이 마을에는 용암대지 위에 만들어진 습지가 20여곳 정도 분포하고 있다. 습지는 마을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생명의 원천이자 생태적 가치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덕천주민들의 신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웃산전 사라흘당.

이 마을의 대표적인 습지는 모산이물이다. 면적이 약 3000㎡에 이르는 모산이물은 한국특산종인 제주도룡농을 비롯 애기마름 좀어리연 택사 올방개 송이고랭이 세모고랭이 등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주변 마을에까지 널리 알려진 이 습지는 나름대로 산책로 등이 잘 정비돼 있는 상태다.

덕천리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자원들은 없지만 제주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마을 중의 하나로 손색이 없다.

양은범 덕천리장은 "주민들은 이러한 마을의 특색을 감안해서 오름을 활용한 트레킹 코스를 만들고 이를 마을 내의 경관과 용암동굴체험 및 모사니물 등 습지를 연결하는 답사프로그램으로 연결하는 등 유산마을로서의 장점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은범 덕천리장]"주민 스스로 다양한 자원개발 위해 노력"

"세계유산마을인 덕천리는 상대적으로 좁은 경지면적을 갖고 있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소득 증대를 위해 마을 주민들 스스로 다양한 자원의 개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덕천리 양은범 이장(사진)은 "제주도내 다른 마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을 우선 끌어올려야 하는게 가장 시급한 마을 현안"이라며 "이를 위해 마을에서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도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양 이장은 "덕천리는 전국 제일의 나물콩 생산지로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 또한 품질 향상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콩가공식품의 개발과 중산간 유휴지를 이용한 고사리 식재사업 등을 비롯 새로운 소득원의 개발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 청년회 부녀회와 마을 원로들과의 유대 강화로 인정이 넘치는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양 이장은 "덕천리는 오름이 많은 마을"이라며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일대도 덕천지경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흘에만 집중 개발되는 것 같아 유산마을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 양 이장은 "유산본부와 행정과의 긴밀한 협조로 덕천리에도 일정 부분 유산마을로서의 메리트가 제공되고 마을이 활성화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주민들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8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