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도 축소판'이란 그 섬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도 축소판'이란 그 섬
  • 입력 : 2010. 03.23(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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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80만명이 찾는 우도
느림과 다름의 지속 필요
더하기보다 빼는 작업을

대형 버스 두 대가 아슬아슬 몸을 비켜섰다. 좁은 도로였다. 길을 따라 걸어가던 이들도 얼른 몸을 피했다. 렌터카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오르던 버스와 만나자 멈칫했다. 도심 여느 골목길의 한때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얼마전 찾았던 우도의 '풍경'이다.

성산항에서 도항선을 타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다다르는 섬 우도. 물질을 하던 고무옷 입은 해녀들이 곁을 스치는 도항선의 승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배 안은 울긋불긋 트레킹복 차림의 도민과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향할 때 더욱 붐볐다. 객실 안팎이 모두 그랬다. 배 안에서 움직이려면 어깨를 부딪히며 다녀야 했다.

지난 연말 우도에선 '연간 관광객 8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보냈다. 2005년 41만여명이 방문했던 우도는 2007년 제주도의 인구에 가까운 50만명이, 2008년엔 60만명의 '외지인'이 발을 디뎠다. 그러더니 지난해는 80만명이 우도에 갔다. 한해 10만명, 20만명씩 방문객이 훌쩍 늘고 있는 것이다. 1600여명이 사는 섬이니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우도에 끌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우도에서 소라축제나 유채꽃길 건강 걷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몇몇 영화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것도 한 몫 했겠다.

하지만 '그 섬에 가고 싶다'며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우도가 간직한 '다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섬 속의 섬'에서 유다른 풍광과 사람 살이를 만나려는 바람 말이다. 우도가 제주시 중앙로나 시청 학사로와 별반 차이가 없다면 그곳으로 굳이 걸음을 옮길 이유가 없다.

50만, 80만명하며 입도객 숫자를 헤아리기 보다 '우도다움'을 발굴하고 지속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느리게 사는 삶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두고 섬에 머무는 이들이 많아지는 만큼 지금과 같은 차량 운행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섬에서 하나둘 늘어나는 건축물 등과 관련한 경관 계획도 세워야 한다.

우도에서 만난 어떤 이는 이 섬을 두고 '제주도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이지만, 이즈음의 우도를 보면 난개발의 우려가 꾸준히 거론되는 제주섬의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 우도에 사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섬의 자연에 무엇을 '더하기'보다 '빼는' 작업이 아닐까 여겨진다. 손을 대지 않아서 가치있는 것들을 가려내야 할 때다. 이 섬의 동쪽 끝 우도에서 제주의 긍정적 미래가 그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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